"사람과 자연 공존 가능한 세상 꿈꿔요"…덴마크 한인 공연예술가의 도전과 소망
은은한 풍경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무들 사이를 연결하는 줄엔 한국 굿판의 사진들이 걸렸습니다.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한국 전통 의식 '마을굿'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출연자 겸 기획자가 한국에서 채집한, 동네 주민들의 마을굿 이야기를 한국어와 영어로 읽으면, 덴마크인 관객이 따라 읊습니다.
잊혀 가는 한국 전통 민속을 관객, 특히 외국인의 입으로 살려내는 겁니다.
[현장음 : 그런데, 내가 공부를 하고 나서부턴 그게 다 쓸모없는 거더라.]
관객들은 직접 쌀가루를 체에 거르며, 한국의 마을 행사에 빠질 수 없는 떡, 백설기도 함께 만들어 봅니다.
[현장음 : (마을 굿을 할 때) 주민들은 쌀처럼 귀중한 물건들을 내놓습니다.]
관객들은 먼 나라에서 온 생소한 형태의 공연인데도 뭔가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아나·에밀 / 관객 : 새로운 것에 눈을 뜬 경험이었어요. 기독교와 한국의 전통의식의 유사한 점이 이렇게도 많다니 정말 신기했어요.]
한국의 마을굿이 약 8천km나 떨어진 덴마크에 등장한 사연은 뭘까요?
한국에서 무용과 안무를 공부한 영란 씨는, 전통 무용을 연구하다가 자연스럽게 무속 신앙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주민들과 공무원, 무속인이 모여 나무 같은 자연물에 복을 기원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과 자연환경의 상생을 깨달았는데요.
재충전을 위해 왔다가 6년 전 정착한 덴마크 역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는 곳임을 알게 됐고, 색다른 공연을 마련해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서영란 / 공연예술가·기후운동가 : (덴마크에서) 오히려 더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라든지, 이런 것들이 중요시되는 것을 다시 보고, 이런 관점에서 마을굿 전통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처럼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숙제를 폭넓게 공유하기 위한 노력은, 일회성 공연을 넘어 더욱 다양한 활동으로 영란 씨를 이끌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안무가 경력을 살려, 도심 도로와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를 무대 삼아 행위예술을 펼칩니다.
현지 기후 운동 단체 회원이기도 한 영란 씨가 아들과 함께 펼친 공연 장면은 현지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정치·경제 권력을 향해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평화로운 방식의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소개됐습니다.
예술적인 표출뿐 아니라 각종 환경 보호 시위에도 활발히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서영란 / 공연예술가·기후운동가 : (덴마크는) 돼지의 공장식 축산업이 굉장히 심각해요. 돼지들을 먹이는 먹이를 남미에서 수입해 와서, 그쪽 지역의 자연을 파괴하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결과도 낳고 있어서….]
영란 씨는 현지 어린이들을 상대로 동물 다양성에 관한 워크숍도 준비 중입니다.
흥미를 더하기 위해, 한국의 신화 속 동물을 소개할 생각인데요.
[서영란 / 공연예술가·기후운동가 : 한국 전통의 세계관이나 우주관이 있다는 것을 덴마크 사람들에게 소개해 줬을 때 그 사람들이 흥미롭게 보고, 거기에 의미가 있다는 거를 보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인간과 자연의 공존·상생이라는 인류 공동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의 정서를 곁들인 실험을 이어가는 영란 씨.
안무가이자 공연 기획자, 행위예술가, 사회운동가로서 새롭고 다채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내고자 합니다.
[서영란 / 공연예술가·기후운동가 : 생물들, 자연의 목소리까지 담는 작업을 해서 관객들이 좀 더 잘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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