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 34화. "뿌리 받아들이고 되찾은 평화"…프랑스 입양동포가 뒤늦게 가족 찾은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한인 입양인 갸엘입니다. 생후 7개월 무렵 프랑스에 왔고 지금은 보르도라는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프랑스 교육받은 프랑스인" 정체성 혼란에 애써 외면한 '한국인 뿌리'
[갸엘 이르보아 / 프랑스 입양동포 : 양부모님은 저를 보호해주셨고 많은 관심을 쏟아주셨어요.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입양 후 좋은 삶을 살았어요. 프랑스 문화 안에서 프랑스 부모님들의 교육을 받고 자란 거죠.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저의 모습은 프랑스인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차이를 계속 느끼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동양인 뿌리를 완전히 외면하기로 했어요. 저 자신을 '프랑스 부모님 밑에서 프랑스 교육을 받은 프랑스 사람'으로 받아들인 거예요. 하지만 마음속에는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어요. 그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알 것 같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죠.]
"엄마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왜 외할머니는 프랑스 사람이에요?"
아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뒤늦게 '뿌리 찾기' 시작
[갸엘 이르보아 / 프랑스 입양동포 : 어느 날 아들이 제가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왜 프랑스 조부모님한테 키워지게 됐는지 물었어요. 한국에 대해서도 물어봤지만,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답을 해줄 수 없었어요. 그때 '내가 태어난 나라를 알아볼 때가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 작년 10월에 한국에 갔는데, 정말 많은 감정이 들었어요.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고 감동이기도 했고 여러 감정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제가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나도 여기서 자라고 내 삶의 터전이 이곳이었어야 했는데'라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앞서 말했듯 제게는 늘 공허함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뿌리 찾기로 채우고자 했던 것 같아요. 양부모님이 저를 너무 사랑해줬고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공허함과 함께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늘 저를 따라다녔거든요.]
친부모도 찾아봤지만… 너무 늦어버린 시간
[갸엘 이르보아 / 프랑스 입양동포 : 3년 전 프랑스에서 가족 찾기 절차도 밟았어요. 석 달 뒤 친아버지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미 1996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친어머니도 찾아봤는데 그분도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2005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니 그리 오래됐다고 보지 않는데, 왜 더 빨리 찾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너무 힘들고 후회스러웠어요. 그저 제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어떤 일이 있었고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건 입양인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주거든요.]
"입양인들과 마음 나누며 서로의 상처 보듬어요"
[갸엘 이르보아 / 프랑스 입양동포 : 저는 현재 프랑스 한인 입양인들 모임에서 임원으로 회계를 담당하고 있어요. 입양인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처음 친가족을 찾기로 마음먹었을 때 많이 힘들었거든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그때 입양인 친구들에게 전화도 많이 하고 큰 도움을 받았죠. 이제 우리의 친부모는 모두 연세가 많으실 거예요. 불행하게도 많이들 돌아가셨죠. 그래서 입양인에게는 친부모 말고도 또 다른 친가족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은 우리의 과거, 그리고 한국인 뿌리와 연결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니까요.]
"나는 한국인이자 프랑스인 …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모국과 더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프랑스 입양동포, 갸엘 이르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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