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형악재에… 尹의 불편한 휴가

김미경 2023. 8. 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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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인 지난 4일 경남 거제의 전통시장인 고현종합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초계함 천안함을 상징하는 'PCC-722'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천안함 티셔츠를 착용하고 군항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연이은 대형 사건·사고에 '쉴 틈 없는'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휴가 직전 터진 '순살 아파트'(철근 누락 시공 아파트) 논란을 '전수조사' 카드로 진화하고 떠난 휴가길이었으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 잡음과 흉기난동 등 강력범죄와 모방범죄 예고로 인한 치안 불안감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경남 거제 저도에 머무르고 있는 윤 대통령이 국정에 조기 복귀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으나 휴가는 예정대로 8일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에도 연일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유선으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6일 한 총리와 이 장관에게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특히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한 총리와 이 장관으로부터 잼버리 대회 현장상황을 보고받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오세훈 서울시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각각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줄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새만금 잼버리와 관련해 휴가 중 유선 상 지시를 내린 것은 벌써 3번째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5일에도 "잼버리 대회에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잼버리 대회에 가장 대규모 인원인 4500여명이 참여한 영국 스카우트 연맹이 철수를 시작하고, 미국과 싱가포르 대표단도 퇴영을 결정하는 등 대회 운영에 차질이 생기자 급히 대안과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잼버리 대회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고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하라"고 했다. 한 총리는 당일 긴급하게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잼버리 대회 지원 예비비 69억원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곧바로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잇따라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긴급 지시를 내린 것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 발생과 부실한 편의시설·의료시설·위생시설, 바가지 요금 등에 따른 참가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5일 낮 12시30분쯤 가장 먼저 대회장을 떠났다. 이어도 미국·싱가포르 대표단도 잼버리 대회장에서 철수했다. 필리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등은 대회 일정 마지막까지 잔류하기로 하면서 대회를 조기 중단하는 불상사는 피했지만,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오명은 남았다. 대회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나 전북도 등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잼버리 대회에 6년간 총 1000억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된 터라 재원이 적절하게 집행됐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잼버리 부실 운영 논란으로 국가적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도 있다.

연인은 흉기난동 사건으로 불안해 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데 이어 지난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도 비슷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이뿐 아니라 모방범죄를 예고하는 인터넷 글까지 이어지고 있어 치안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정오 기준으로 흉기 난동이나 테러 예고 등의 글을 올린 46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이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라며 "SNS상으로도 협박문자가 올라온 만큼 정부는 사전 예방을 위한 경비 인력 투입과 실효적이고 강력한 진압장비 휴대로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재 전국 45곳에 경찰 특공대 128명과 장갑차 11대를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조기 복귀 가능성에 대해 "일주일 휴가를 발표한 것은 공무원들도 휴가를 가서 내수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2일에도 잼버리 개영식 참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2일부터 휴가를 정한 것은 7일 간 휴가를 간다는 메시지"라며 "윤 대통령은 예정했던 대로 8일까지 휴가를 마칠 예정이다. 남은 휴가 기간 중 공식일정을 소화할 수 있고, 휴가 중이라도 업무를 챙길 수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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