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탓 잼버리, 결국 기업이 나섰다

박정일 2023. 8. 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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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 프레스룸에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때 좌초 위기를 맞았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가 정부의 총력 대응과 기업들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 입어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한덕수 총리가 4, 5일에 이어 6일에도 현장을 구석구석 살피며 개선책에 만전을 기한 가운데 무엇보다 힘이 된 것은 기업들의 총력 지원이었다. 생수와 쿨스카프 등 물품 지원은 물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급파, 간이화장실 긴급 투입 등 전방위 지원이 쏟아졌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기업들이 파행 직전의 대회를 살려낸 것이다.

새만금 현장서 6일 저녁 열기로 했던 K팝 공연은 퇴영식인 11일 장소를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바꿔 진행한다.

삼성은 7일부터 입사 후 연수를 받고 있는 신입사원 150명을 투입하고 삼성전자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는 등 추가 지원에 나선다. 삼성은 지난 4일에는 이온음료 10만개와 비타민음료 10만개 등을 전달했으며, 5일에는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간이 화장실과 전동 카트 등도 지원했다. 신입사원들은 현장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등 자원봉사자들과 환경미화 활동을 돕는다.

LG는 계열사와 함께 생수와 이온음료 등 총 20만병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넥쿨러 1만개와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등도 보냈다. 아울러 냉동탑차 6대를 투입했으며, 대회 기간 동안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5G 무선 와이파이 라우터와 유선 와이파이도 지원했다.

여기에 그늘막(MQ텐트) 300동과 휴대용 선풍기 1만대, 위생용품 5만개 등을 더 지원키로 했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이노베이션 갤러리 견학, 화담숲 자연 생태 체험 등의 프로그램 지원도 추가 검토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쿨스카프 1만장을 잼버리 현장에 배송했다. 쿨스카프는 야외 활동 시 목에 두르면 열을 식혀주는 상품이다. HD현대는 그룹 차원에서 5일 임직원 봉사단 120여명을 잼버리 대회 현장에 급파했다.

유통업계도 물품 지원에 나섰다. 이마트는 대회 현장에 생수 총 70만병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GS25는 지난 4일부터 생수를 하루에 4만개씩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현장 편의점 매장을 중심으로 그늘 텐트와 냉방 설비를 추가 설치했다.

물류업체 한진은 5일 현장에 1.5ℓ 생수 4만5000병을 전달했으며, 현장에서 식음 서비스를 맡고 있는 아워홈은 과일류를 대폭 늘리는 등 식단 구성을 바꿨다. SPC그룹은 행사 종료일까지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SPC삼립 빵 3만5000개씩을 매일 참가자에게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장에 4만개의 선크림을 지원했다.

경제단체들도 동참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생수 130개를 보관할 수 있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개를 공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잼버리 대원들에게 냉동 생수 총 10만병을 지원했고, 한국무역협회도 아성다이소와 함께 쿨스카프 4만5000여개를 보냈다.

NH농협생명은 현장에서 연세대 의료원과 함께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GS건설은 현장 설비직원과 환경미화 직원 200여명 등을 긴급 투입했다. 고장 난 세면대, 변기 등을 수리하고 악취 제거를 위한 살균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시작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폭염 속에서도 그늘이 없는 새만금을 행사장으로 강행한 것부터 시작해 비위생적인 화장실, 곰팡이가 낀 구운 달걀 공급 등 부실한 행사 운영까지 겹치면서 참가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코로나19 확진자와 벌레물림 환자도 늘었다.

이에 미국·영국·싱가포르 대표단이 현장을 떠났다. 미국 대표단은 퇴영해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향했고, 영국 대표단도 야영장을 떠나 서울과 경기도 인근 호텔으로 이동했다. 싱가포르 대표단은 대전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해 남은 일정을 치루기로 했다. 다행히도 나머지 국가들은 정부와 기업의 총력 지원에 마음을 돌려 대회가 정상화됐다.

최악은 면했지만, 이번 행사는 위치 선정부터 인프라 부족, 미숙한 운영 등 총제적인 부실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고 대회 후 문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정일·정석준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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