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어거스트 디, 그리고 민윤기의 7년···'디데이'는 바로 지금(종합) [SE★현장]
"슈가, 어거스트 디, 민윤기입니다. 오늘 마지막 날이고, 삼 일 동안 말을 안 할 생각입니다."
포효하는 듯한 거친 음색과 직관적인 가사,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인간을 향한 섬세한 감정을 노래하는 슈가가 '디데이'의 대장정을 끝낸다. 슈가는 더욱 커진 공연장에서, 더욱 넘치는 에너지로 팬들이 사랑하는 슈가만의 에너지를 불태웠다.
6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슈가의 앙코르 콘서트 '슈가 어거스트 디 투어 '디데이' 더 파이널(SUGA | Agust D TOUR 'D-DAY' THE FINAL)'이 개최됐다. 이날은 4일부터 진행된 콘서트의 마지막 공연일이다. 공연은 글로벌 팬덤 라이브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로도 진행됐다. 삼 일간 약 3만8000여 명의 관객이 현장에서 슈가와 호흡했다.
이번 공연은 슈가가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 진행한 '디데이'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앙코르 공연이다. 슈가는 앞서 벨몬트 파크, 뉴어크, 로즈몬트, 로스앤젤레스, 오클랜드, 자카르타, 일본, 방콕, 싱가포르, 서울 등 북미·아시아 총 10개 도시에서 공연을 25회 개최하고 약 29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서울 공연을 마친 슈가는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삼 일간 추가 공연을 열게 됐다.
슈가는 "슈가, 어거스트 디(Agust D), 민윤기"라고 소개하며 "파이널의 진짜 파이널, 최종, 리얼, 레알, 파이널 마지막 공연 날이 시작됐다. 어느새 마지막 세 번째 공연인데도 앙코르 콘서트를 발표했었던 그때의 함성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이널의 파이널의 파이널인 만큼 끝날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다 같이 최선을 다해서 이 시간을 즐겨 달라. 핸드폰을 내려놓으시고, 눈으로 담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마지막 날입니다, 가보자고"라고 외치며 무대를 이어갔다.
◇두 배 커진 공연장, 두 배 뜨거운 분위기 = 이번 앙코르 공연은 무엇보다 커진 공연장 규모가 눈에 띈다. 슈가는 이번 공연을 통해 방탄소년단 멤버 중 솔로 아티스트로서 처음 KSPO DOME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공연보다 2배 이상 큰 공연장이다. 소속사는 풍성한 사운드를 위해 라이브 세션 인원을 추가하는 등 특별히 심혈을 기울였다.
이미 방탄소년단으로 9만 명 규모의 '웸블리'를 경험한 그다. 슈가는 특유의 그루브와 에너지로 KSPO DOME을 넘치도록 달궜다. '대취타'와 '욱 (UGH!) + 땡 + HUH?!' 무대에서는 돌출 무대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월드 스타의 관록을 보여줬으며, '사람 Pt.2', '인터루드 : 섀도(Interlude : Shadow)'에서는 댄서와 함께 풍성하게 무대를 꾸몄다.
아기자기한 세트와 소품을 활용한 무대도 공연을 다채롭게 꾸미는 요소였다. 슈가는 하나의 무대에 소품을 가감하는 방식이 아닌, 주 무대 아래로 단차가 있는 새로운 무대 공간을 확보해 완성도를 높였다. '에스디엘(SDL)'에서는 작은 응접실에서 TV를 보는 연출로 이전 트랙 리스트인 '트리비아 전 : 시소(Trivia 轉 : Seesaw)'에 이어 짙어진 감성을 더했다.
◇7년 정체성 묻어나는 공연... 신곡 최초 공개까지 = 이번 공연은 동명의 솔로 앨범 '디데이'와 기존 믹스테이프 '어거스트 디', '디-2'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슈가와 어거스트 디를 오가는 그가 7년간 쌓아온 정체성을 담아낸 공연이다. 공연의 도입부에 등장한 VCR에는 슈가가 방탄소년단으로서, 솔로 가수 어거스트 디로서 선보였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연출됐다.
슈가는 이날 그의 음악적 정체성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곡 '해금', '대취타'로 무대를 시작해 그의 솔로 커리어의 시작과도 같은 곡 '어거스트 디',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까지 쉬지 않고 선보였다. 올블랙 차림의 옷과 다듬지 않은 듯한 헤어 스타일링은 강렬한 곡 이미지와 잘 어우러졌다.
곡 '인터루드 : 섀도', '비티에스 사이퍼 챕터 3 : 킬러 + 비티에스 사이퍼 4(BTS Cypher PT.3 : KILLER + BTS Cypher 4)', '욱 (UGH!) + 땡 + HUH?!'. '저 달', '번 잇(burn it)', '이상하지 않은가'에서 슈가의 텐션은 더욱 올라갔다. '저 달'이 시작하기 전 슈가는 "말랑한 섹션은 끝났다. 슈가 콘서트는 머리 풀고 놀아야 하는데 오늘은 좀 묶자. 오늘 뛸 준비 해야 한다"며 "저는 배수의 진을 쳤다. 오늘 마지막 날이고, 저는 삼 일, 말을 안 할 생각이다. 준비됐나"며 우렁찬 목소리로 공연을 이끌었다.
'트리비아 전 : 시소', '에스디엘', 사람 + 사람 pt.2', '스누즈(Snooze)'에서는 감성적인 슈가의 매력이 돋보였다. 특히 '스누즈'에서 슈가는 '잊지 마라 세상은 인내심이 그리 길진 않아'라는 가사에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곡이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리는 슈가에 팬들은 우렁찬 떼창으로 그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뭉클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공연에서는 곡 '어땠을까 (Fear. NELL of 김종완)' 무대가 최초 공개되기도 했다. '스누즈' 무대 직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슈가는 "다음 곡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최초 공개 무대인 '어땠을까'를 열창했다.
◇완전체 공백기지만···방탄소년단 존재감 빛났다 = 진·제이홉이 입대하고 지민·정국이 솔로 활동에 나선 지금, 방탄소년단은 잠정적으로 완전체로는 공백기를 갖는 중이다. 그러나 슈가의 앙코르 공연에서는 멤버들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이날 현장에는 RM이 등장해 슈가와 함께 '이상하지 않은가'를 열창했다. 짧은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RM은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해 슈가와 호흡을 맞췄다. RM은 " 슈가 형이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온 대장정의 마지막 피날레에 제가 함께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다"고 밝혔다. 이에 슈가는 "밥 한번 사야겠다"며 웃었다.
또 슈가는 "이 곡을 하다 보면 아미 분들의 떼창이 더욱 와 닿는 거 같다.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크게 해 주셔야 한다. 믿는다"며 어거스트 디의 솔로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무대를 시작했고, 팬들은 방탄소년단 멤버 일곱 명의 이름을 모두 부르며 '따로 또 같이' 빛나는 방탄소년단을 응원했다.
'라이프 고스 온' 무대가 끝난 후에는 슈가가 방탄소년단으로 활동한 콘텐츠들이 나왔다. 멤버들과 함께 인사하는 모습, 함께 방송하는 모습, 멤버들이 입대하는 모습 등이 필름 효과로 나오며 팬들에게 그리움과 뭉클함을 안겼다.
이날 공연은 사회적 메시지나 인간관계, 모순적인 내면 등을 표현하는 슈가의 노래답게 무대와 스타일링도 대체로 어두운 색채였다. 슈가는 자유롭게 풀어헤친 듯한 헤어 스타일에 블랙 블루종, 흰색 티셔츠로 깔끔하고 시크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그가 지향하는 음악성, 색채와는 관련 없이 슈가는 팬들에게 한없이 달콤한 '슈가'였다. 그는 '트리비아 전 : 시소' 무대가 끝난 후 여운을 머금은 미소로 팬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아미는 '민윤기'를 연호하며 회답했다. 슈가는 "역시 아미가 최고다.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가시라"라는 따뜻한 멘트를 건네기도 했다.
공연 말미 슈가는 "느끼고 배운 게 많다. 다른 것보다도 여러분의 행복한 표정이 너무 너무 좋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하게 아무 사고 없이 끝난 게 다행이다. 아미 분들 감사하다. 오늘 최고였다. 오늘이 1등이다. 칭찬 스티커 30장 드리도록 하겠다"며 만족스럽게 피날레 공연을 마무리했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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