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애 낳아주세요” 애원하더니...혜택은 주차비 감면 정도?

서울 부산 등 두 자녀에 다자녀 혜택
경기, 31개 시군 중 25곳도 2명 기준
일부선 예산 부담 등 혜택 확대 난색
기준 완화로 지자체 출혈경쟁 우려도

[사진 = 연합뉴스]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절벽 위기감이 커지면서 다자녀 기준을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완화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이나 교육비 지원, 교통비 할인, 세제 감면 등 기존 세 자녀 이상 가정에게 제공되던 혜택을 두 자녀 이상 가정까지 확대함으로써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다자녀 기준 완화 정책이 자칫 지자체 간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예산 사정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현재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조례 개정을 통해 다자녀 기준을 완화했거나 완화를 추진하는 곳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등이다. 이 중 울산시는 2020년 다자녀 기준을 2명 이상으로 완화했고 대전시는 지난 5월부터 기준을 완화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부터, 부산시는 오는 10월, 대구시는 내년부터 다자녀 기준을 2명으로 완화한다.

다자녀 기준이 완화되면 서울시에서는 두 자녀 가정의 모든 자녀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원비나 대중교통비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공공시설도 전면 무료나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

부산시도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과 광안대교 통행료 면제, 도시철도 운임 감면, 자동차 취득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두 자녀 이상 가정에게 제공된다.

대구시도 두 자녀 이상 가정에게 각종 공공시설 이용료를 감면하고 다자녀 우대 카드를 발급해 300여 개 가맹점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구의 경우 고교 입학축하금 대상도 두 자녀까지 확대해 둘째 30만 원, 셋째 이상 50만 원을 지원한다.

울산시는 현재 두 자녀 이상 가정이 다자녀 가정 카드를 발급받으면 학원비와 병원 진료비를 월 1회 최대 1만원 할인해 주고 18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자동차 1대 취득세도 감면해 준다.

대전시도 다자녀 가정 발급 카드 기준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해 카드 발급을 받은 부모는 대전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두 자녀를 둔 부모에게 도시철도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건 전국 시도 중 대전시가 처음이다.

광역도 중에서는 경기도가 2018년 다자녀 기준을 13세 이하 3명에서 15세 이하 2명으로 완화했고 일선 시군에서도 동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오산·이천·안성·구리·양평·과천 등 6곳을 제외한 25개 시군이 현재 다자녀 기준을 2명으로 조정했다.

제주도도 2020년 다자녀 가정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완화했다. 제주도는 첫 아이를 낳을 경우 50만원, 둘째 아이 이상은 5년간 1000만원(연 200만원·총 5회)을 지원하고 있다. 또 둘째아 이상 가정에는 5년간 1400만원(연 280만원·총 5회)을 주는 ‘주거임차비’도 지원하는 중이다. 강원도는 2016년부터 다자녀 기준을 2명으로 확대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다자녀 기준을 완화했더라도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각종 지원 사업을 ‘2자녀 이상’ 가구로 전면 확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수원시는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둘째 이상 출산여성 한약할인사업, 청년 행정체험을 제외한 6개 사업은 여전히 세 자녀 이상 가구에만 지원한다.

고양시도 다자녀 지원 8개 사업 가운데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다자녀 고양e카드 사업을 제외한 공영시설 체육 프로그램 강습료 할인, 킨텍스 캠핑장 할인 등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만 지원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다자녀 기준을 두 자녀로 낮춘 뒤 관련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직 기준에 맞춰 지원 사업을 변경하지 못한 부서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다자녀 기준 완화는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자칫 ‘포퓰리즘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북대 하혜수 행정학과 교수는 “다자녀 기준 완화는 지자체 간 위화감 조성이나 재정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며 “지자체들도 재정 상황으로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의 두 자녀 가구는 지난해 기준 224만 5478 가구로 세 자녀 가구(41만 7125가구)보다 5배 이상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