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임종룡의 우리금융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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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2010년,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임종룡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의 모습에 다들 적잖이 놀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TK(대구·경북)와 고려대 출신이 다수를 이룬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호남 출생과 연세대 졸업이라는 독특한 이력보다는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유명했다.
'일 잘하는' 임 회장이 우리금융의 수장을 맡은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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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2010년,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임종룡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의 모습에 다들 적잖이 놀랐다. 분명,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하던 모습을 TV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직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을 때 인연을 맺었던 기자들과 점심 약속이었다. 당연히 약속에 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자들끼리 먼저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임 차관은 간단한 인사만 나눈 뒤 몇 분 만에 국밥 한 그릇을 후딱 비우고 다시 국회로 향했다. 사실 오후에도 현안 질의가 남아 있으면 국회 근처에서 식사하고 답변을 준비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게 맞다. 하지만 오래전 약속이라며 바쁜 시간을 쪼개 온 임 차관의 모습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TK(대구·경북)와 고려대 출신이 다수를 이룬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호남 출생과 연세대 졸업이라는 독특한 이력보다는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유명했다. 회의 중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3번이나 받았으나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해 임종을 놓친 일과 과중한 업무로 잇몸이 흔들려 치아를 세 개나 뽑았던 일은 아직 회자된다. '일 잘하는' 임 회장이 우리금융의 수장을 맡은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도 "우리금융은 그동안 저의 삶 속에서 이미 여러 번 깊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금융과의 또 다른 인연으로 이제 저는 온전히 '우리금융 가족'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금융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며 우리금융을 위해 제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거대한 포부와 장밋빛 전망으로 나열되어 있는 여느 취임사와 달라 역시 임 회장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 임 회장에게 놓인 우리금융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불과 보름 전, 지점장 승진 평가에 내부통제 경력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내부자 신고로 금융사고를 사전에 막은 경우, 포상금 최대 10억원을 지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현장중심 내부통제 혁신안'을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562억원에 달하는 BNK경남은행의 횡령 사건에 지난해 벌어진 우리은행의 횡령 사건이 또다시 소환되고 있다. 상반기 실적 또한 실망스럽다.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만 나 홀로 실적이 감소했다. NH농협금융에 4위 자리도 내줬다.
임 회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1등 금융그룹이 되기 위한 우리금융의 새로운 항해"가 필요한 때다. 임 회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임 회장은 지난 2013년 "농협금융은 제갈량이 와도 안 된다"며 사퇴한 당시 신동규 회장 후임으로 NH농협금융을 맡아 변화를 이끌었다. 우리금융이 NH농협금융에 추월당한 것은 뼈아프지만 그 씨앗을 임 회장이 심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에는 어떤 혁신의 씨앗을 심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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