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2000만원대, 평당 4만~5만원…'30년 제자리' 설계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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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 업계가 저렴한 설계 단가와 씨름하고 있다.
한 대형 건축설계사무소 관계자는 "건축이라고 하면 유에서 무를 창조하기에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업계는 낮은 단가에 허덕이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건축학과 출신들도 취업을 꺼리고 사무소는 인재를 충원하지 못하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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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쳐
건축사協, '가격하한제 도입' 추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제가 30년 넘게 건축업에 종사했는데, 설계 단가는 당시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요.” (대형 건축사무소 임원)
건축설계 업계가 저렴한 설계 단가와 씨름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어려워져 인력 수급과 품질 개선에 애를 먹고 이는 다시 염가의 단가 경쟁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건설의 첫걸음인 설계 산업이 흔들리면 결국 공사 현장 부실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6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상위 10대 건축설계사무소의 대졸 초임 연봉은 최대 4000만원 남짓이다. 대부분 5년제 건축학을 전공한 졸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평균(100대 기업) 5300만원대와 비교해 한참을 못 미친다. 업계 상위권의 사정이 이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중견 건축설계사무소의 대졸(5년제) 초임은 여전히 2000만원대에 머무는 형편이다.
한 대형 건축설계사무소 관계자는 “건축이라고 하면 유에서 무를 창조하기에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업계는 낮은 단가에 허덕이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건축학과 출신들도 취업을 꺼리고 사무소는 인재를 충원하지 못하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은 수십 년째 회복하지 못하는 저렴한 설계 단가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민간 아파트(500세대 기준) 설계 비용은 평당 4만~5만원 수준이다. LH와 같은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사업은 비용이 설계 비용이 평당 최대 15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민간과 공공 격차가 너무 커서 만회하기 어렵다.
건설 공사비에서 건축 설계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시가 이 비중을 집계해보니 한국은 4.1% 수준으로 조사됐다. 평당 공사비가 100만원이라면 설계에 지출한 비용이 4만1000원이라는 의미이다. 같은 기준으로 독일(9.1%), 프랑스(9%), 미국(8.2%) 등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단위 면적당 공사비가 높은 편이기에 한국의 설계 단가는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업계 최상위권의 건축사무소로 꼽히는 희림건축 직원의 평균 급여는 7000만원(2022년)으로 같은 기간 삼성물산(1억2500만원), 현대건설(1억100만원), GS건설(1억200만원)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설계 사무소의 난립으로 최저가 경쟁입찰이 설계공모에 도입됐고 이게 지속하다 보니 설계단가 ‘치킨게임’이 시작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는 설계 단가에 가격과 요율의 하한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4일 건축사법이 개정돼 모든 건축사가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면서 동력을 마련했다.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설계 단가 정상화는 건축설계 산업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필수적”이라며 “건축설계가 흔들리면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기에 협회 차원에서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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