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산사의 정원 가꾸며 느낀 고요와 기쁨

수행자와 정원
현진 스님 지음 / 담앤북스 펴냄

저자가 청주 마야사 정원을 가꿔온 지도 어느새 10년 세월이 되었다. 꽃과 나무를 심고, 농사도 짓는 재미로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살아 왔다. 그새 저자는 정원 생활 예찬가가 됐다. 정원이 삶을 위로해 주는 벗이자, 삶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스승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를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지난 세월 산사의 정원을 가꾸며 수행한 내용을 책으로 내놨다. 저자는 정원 생활이 교만한 마음을 없애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기 위한 일종의 수양과 같다고 정의한다.

책은 △수행자와 정원 △봄-꽃의 법문을 들어라 △여름-바람에게 물어라 △가을-꽃이 그냥 피지 않는다 △겨울-무욕의 숲에서 배워라 등 5개 장으로 이뤄졌다. 저자는 비바람에도 꽃은 웃고 있다면서 꽃이 지더라도 슬퍼 말라고 한다. 꽃을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잠시 멈추고 감상하라고 한다. 피고 지는 꽃의 순환을 보며 꽃의 때가 다 다르듯 인간에게도 각자의 때가 있으므로 너무 조급해 말라 위로한다. 하지만 철없는 마음은 작년과 같다고 토로한다. 이렇듯 책에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연의 생명력이 가득 담겨 있다.

간결한 문체, 담백하지만 다정한 문장, 정확한 비유는 자연이 전하는 단순한 삶의 진리를 더욱 명료하게 전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명랑하고 꾸밈없이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는 점도 책의 큰 매력이다. 꽃과 나무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배우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설교보다 참될 것이다. 책을 통해 자연이 들려주는 법문에 귀 기울이며 고요한 행복을 누려 보기 바란다.

저자는 불교계 대표 문사(文士)로 꼽힌다.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 청주의 마야사 주지를 맡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