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잼버리...참가자 86% 잔류 방침에 민관 손 잡았다

부안=김태호 기자 2023. 8. 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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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나서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와 관련한 불편사항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행사 초기보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2일 여성 샤워시설에 태국 국적의 남성 지도자가 따라 들어와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 경찰이 조사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을 계기로 현장 참가자들은 화장실과 샤워시설 구조상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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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웨덴 등 대부분이 잔류 의사 밝혀
정부, 폭염 대응시설 확충하고 행사 일정 조정
삼성·LG·현대 등 구호물품 보내고 견학 제공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제25회 세계스타우트 잼버리가 열리는 야영지의 한 샤워시설 외관 모습. /강정아 기자

“이런 기후 환경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되는 현상이고 우리는 이전 잼버리 대회에 비하면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5일 기자회견에서 하마드 알라야 사우디아라비아 스카우트 연맹 의장)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 스카우트 연맹은 음식과 기반시설, 위생 관리와 같은 부분에서 다양한 방면을 개선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다.” (데일 코베라 스카우트 아시아태평양지역 의장)

정부가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 행사를 중단 없이 계속하기로 한 가운데, 각종 부대시설과 인력이 차례로 보강되면서 행사 초기보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스웨덴,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체 참석인원의 86%에 해당하는 국가의 스카우트 연맹이 잔류를 선언하면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려는 정부와 주최 측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며 합심하고 나섰다.

◇ 86% 잼버리 잔류 의사... 민관, 폭염 대비할 시설·구호물품 확충

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각국 대표단과의 회의를 거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미국 참석인원 6000여명(14%)을 제외한 86%가 잔류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독일 스카우트는 공식 홈페이지에 “참가자들과 많은 대화에서 얻은 우리의 인상은 독일 파견대원들이 잼버리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으며 이 캠프를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스카우트 역시 “참여를 중단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서 그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잔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기반시설과 구호물품을 대폭 확대하는 가운데, 기존 프로그램 일정과 장소를 변경해 온열질환자 발생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잼버리 행사장 내에 냉방버스 132대를 추가해 총 263대로 확대하고 영내 셔틀버스도 증차해 운행간격을 당초 30분에서 10여분으로 줄였다. 영지 곳곳에 그늘막 69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놀이 시설 8개를 놓았다. 청소인력 930명을 추가 투입해 1400여명이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치우고 있다. 생수는 1인당 하루에 5병 이상 지급 중이다.

이날 개최하기로 했던 메인 행사인 K팝 콘서트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기로 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기존 공연 예정일인 오늘 저녁이면 대원들은 닷새가량 불볕더위에 노출된 상태가 된다”며 “의료 전문가들이 온열질환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날짜와 장소를 변경하고 재구성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수용 인력과 이동 조건 등을 종합한 결과 전주월드컵경기장이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삼성은 4일부터 건강 음료 20만개와 간이 화장실, 전동 카트를 지원하고 삼성병원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데 이어 7일 입사 후 연수를 받고 있는 신입사원 150여명을 현장에 파견할 계획이다. 삼성 임직원들은 현장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등 자원봉사자들의 환경미화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택, 화성, 수원 사업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생수·이온음료 20만병과 그늘막 텐트 300동을 비롯해 ▲냉동탑차 ▲보조배터리 ▲휴대용선풍기 ▲넥쿨러 ▲비누·세제·샴푸 등 생활위생용품 5만점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와 LG전자 창원·구미 사업장, 경기 광주의 생태수목원(화담숲)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검토중이다. HD현대는 지난 5일 계열사 임직원 봉사단 120여명을 대회 현장에 보내 시설 정비를 비롯한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포스코그룹은 재회구호협회를 통해 쿨스카프 1만장을 잼버리 현장으로 보냈다. 이마트는 생수 70만병 지원을 약속했고, 잼버리 행사 식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아워홈은 식단에 과일류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현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화장실, 샤워시설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영내 여자 샤워시설에 30~40대로 추정되는 태국 국적의 남성이 들어왔다가 발각된 일이 이날 뒤늦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이 숙영하는 영지 내 샤워실은 컨테이너 안에 마련됐는데 문이 없고 천막을 걷어내면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 바로 보인다. 컨테이너의 창문 역시 검은색 천으로 가려져 있지만 햇빛을 받으면 빛이 투과돼 반대쪽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다. 일부 화장실은 문이 설치돼 있지 않고 긴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몽골에서 온 핸드수렌 엔(15)양은 “화장실 접근은 성별에 관계없이 아무나 할 수 있다”며 “오늘 아침에도 10대 남자애들이 여자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화장실, 샤워시설과 관련해 추가 개선 계획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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