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선의 항해, 새 변화 상징…미래 세대 교류 중요"
"일본 내 여러 지역이 방문 기다려…양국 국민 교류 끊어져선 안 돼"
(쓰시마=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2년 만의 항해라고들 하지요.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또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상징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마쓰바라 카즈유키(松原一征·78) 일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은 6일 올해 쓰시마(對馬·대마도)에서 열린 이즈하라항 축제에 참여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축제가 열리는 이즈하라항 인근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한 선박이 바다를 건너 다시 쓰시마에 왔다는 것 자체로 훌륭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쓰바라 이사장은 한일 민간 교류를 이끌어 온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후쿠오카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1974년 해운회사를 설립했으며, 1995년부터 비영리단체(NPO) 법인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을 맡아 왔다.
협의회에는 지자체 19곳과 민간 단체 50∼60곳 등이 속해 있는데, 일본 곳곳에서 조선통신사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 교류 사업을 펼쳐왔다. 국내에서는 부산문화재단과 오랜 기간 협력해왔다.
마쓰바라 이사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한국의 국권 신장 및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수교훈장 숭례장(崇禮章)을 받기도 했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논할 때도 그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 조정이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통신사의 외교 기록, 여정 기록, 문화교류 기록 등 총 111건 333점을 아우른다.
등재된 자료 가운데 48건 209점이 일본 측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가 확보한 것이다. 말 위에서 부리던 여러 무예인 '마상재'(馬上才)를 다룬 그림은 그가 직접 수집한 자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쓰바라 이사장은 조선통신사 관련 행사가 잠시 멈췄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정부 간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두 나라 국민의 교류가 거의 단절됐다"며 "최악의 상황이라 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부 간 관계로 인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국민이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행보를 언급하면서 "긍정적인 기류가 조금씩 나오는 상황에서 평화 우호의 상징인 배가 다시 쓰시마에 왔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사실 조선통신사선의 '제13차 항해'를 가장 기다려온 사람이 마쓰바라 이사장이다.
그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있는 재현선 모형과 똑같은 배가 내게도 있다"며 "한국의 배가 형, 내가 가진 배가 동생"이라며 웃었다.
그가 자비를 들여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배는 쓰시마조선통신사역사관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이번에 이즈하라항에 입항할 때도 마쓰바라 이사장의 도움이 컸다. 그는 배가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자신이 소유한 항만 부지를 기꺼이 내줬다고 한다.
마쓰바라 이사장은 "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조선통신사가 거쳐 간 일본 내 지역을 모두 연결한 게 가장 큰 업적"이라면서 "여러 지역에서 통신사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뱃길을 뚫고 온 조선통신사선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마쓰바라 이사장은 "과거 사절단이 그랬던 것처럼 쓰시마뿐 아니라 내년에는 시모노세키(下關), 그다음에는 더 안쪽까지 과거에 갔던 길을 점점 더 넓혔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한 한일 교류 활동도 강조했다.
"가장 바라는 게 있냐고요?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에 청소년과 대학생, 즉 우리 미래 세대를 태우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21세기의 조선통신사지요." (웃음)
마쓰바라 이사장은 "미래 세대를 짊어질 젊은 친구들이 배를 타고 직접 공부하면서 일본의 각 지역 학생과 교류를 이어갔으면 한다"며 "그게 바로 새로운 한일 관계"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교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예산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되도록 계속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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