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제 좀 살겠네” 정부·기업 후속 조치에 숨통 트인 잼버리

부안=김태호 기자 2023. 8. 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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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치·기업 지원 이뤄지는 잼버리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선점 많아”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에서 6일 오후 1시쯤 참가자들이 더위를 피해 파라솔 그늘 아래 모여있다. /강정아 기자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1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에서 폭염과 각종 시설 부족 문제로 영국,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퇴소를 결정한 후 정부가 각종 장비와 인력을 전폭 지원하기로 하면서 현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지자체와 기업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어 참가자들 사이에선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냉방버스·그늘막·인력 확충...삼성·포스코·이마트 등 구호물품 전달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가 냉방버스 132대를 추가해 총 263대로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내 셔틀버스도 증차해 당초 30분 간격에서 10여분 가격으로 운행 중이다. 영지 곳곳에는 그늘막 69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놀이 시설 8개를 놓았고 청소인력 930명을 추가 투입해 1400여명이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치우고 있다. 생수는 1인당 하루에 5병 이상 지급 중이다.

다른 지자체도 적극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서울시는 이동식 화장실 50기를 지원하고 조기 퇴영한 영국 등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좋은 기억을 남기고 갈 수 있도록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광화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의 일정을 연장하고 한강 크루저요트, 카약, 패들보트 등 수상스포츠 체험 프로그램도 확대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춘천 남이섬, 원주 간현 유원지, 평창 올림픽시설 등 관광 프로그램을 골라 문화체육관광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조직위)에 제안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삼성은 지난 4일 이온음료·비타민음료 20만개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원했다. 포스코그룹은 재회구호협회를 통해 쿨스카프 1만장을 잼버리 현장으로 보냈다. 이마트는 생수 70만병 지원을 약속했고, 잼버리 행사 식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아워홈은 식단에 과일류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현장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민관의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의사 28명, 간호사 18명, 행정지원 인력 2명 등 총 60명이 추가 투입됐다. 세브란스 병원 18명, 서울대병원 12명 등 민간 대형병원도 잼버리 현장에 의료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전날 의사, 간호사, 의료 보조인력 등 8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으로 보냈다. 삼성그룹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을 지원했다.

◇ “시원한 물 넉넉히 나눠줘”... 폭염·벌레 등 여전히 개선 필요하단 목소리도

이날 잼버리 행사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무더위가 여전하다면서도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며 반색했다. 슬로베니아에서 온 이반(16)군은 “견디고 이겨내는 게 스카우터가 할 일”이라며 “그래도 확실히 전보다 개선돼 만족한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시에서 온 고등학생 장모(16)양은 “이제 시원한 물을 넉넉히 나눠줘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쿨링 터널 안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다만 아직도 현장에선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5일 하루동안 발생한온열질환자는 83명이다. 6일 오후 3시 전북 부안군은 체감온도가 33도까지 올랐으며 습도 63도를 기록했다. 구름은 적고 바람도 불지 않아 뙤약볕이 눅눅한 공기와 새만금 일대 땅을 달구고 있었다. 잼버리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실내와 그늘을 찾아 쿨링버스로, 무더위 쉼터로 피신해 있었다. 이들의 얼굴엔 더위에 체력을 다 소진했다는 듯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온열질환에 대비한 시설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루마니아 출신 모스(18)군은 “한 유닛에 40개 정도의 텐트가 있는데 선풍기 1대도 없는 유닛도 꽤 많다”고 전했다. 페루에서 온 에두아르도(21)씨는 “첫날은 지옥이었다”며 “쿨링버스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벌레 물림 역시 현장의 골칫거리다. 지난 5일 하루 동안에만 175명이 벌레에 물려 잼버리 행사장 내 진료소를 찾았다. 강한 독성을 가져 화상벌레라 불리는 청딱지개미반날개가 야영장으로 들어와 참가자들의 피부에 닿아 피부발적과 물집을 만드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만에서 온 린요지운(26)씨는 “첫날부터 벌레물림이 문제였는데 지금 나아진 지 모르겠다”며 “아직도 벌레에 물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전북 부안군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는 가운데 6일 오후 2시쯤 잼버리 행사장 내 진료소를 찾은 참가자들. /전병수 기자

정부와 의료기관에서 급파한 의료인들이 새만금에 도착하고 있지만 김모(15)양은 “현재 생리통이 심해 진료소를 찾았는데 마땅한 진통제가 없다”며 “타이레놀을 먹지 못해 이부프로펜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앓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6일 오후 8시 예정된 케이팝 콘서트가 취소된 데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잼버리에 참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았다는 브루나이인 나디아 히스함(23)씨는 “케이팝 콘서트를 기대했는데 일정이 바뀌어 아쉽다”며 “전주한옥마을에서 잠시 관광을 즐기다 다시 돌아올 계획이다”고 전했다.

잼버리 조직위는 당초 이날 오후 8시 예정돼 있던 케이팝 콘서트를 오는 11일로 연기해 개최한다고 밝혔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수용인력, 안전 관리, 아티스트 출연 문제, 프로그램 보완·조정 문제, 새만금에서 이동 조건, 퇴영식 문제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출연하기로 했던 아티스트는 그룹 아이브, 엔믹스, 스테이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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