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인도, 美 바이오시밀러 4위로… 원료부터 백신까지 `제약강국`
전세계 백신수요 50%이상 생산
2025년 의료산업 1500억 달러
현지기업, 미국 제약사 인수로
FDA 허가 4개 시밀러 등 확보
글로벌 의약품 제조 허브인 인도가 글로벌 수준의 의약품 제조 기반과 R&D를 바탕으로 제약 강국에 도전하고 있다. 복제약과 백신 제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던 것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고 신약 개발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약품 소비가 급증하고, 국민들의 의료 인식도 높아져 의약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 백신 수요량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제조와 의약품 수출에 집중하는 의약품 위탁생산 분야는 전 세계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미국을 제외한 해외 국가 중 최대 미국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의 의료·바이오 산업은 2025년에 1500억달러(한화 약 196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기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보이며 500억달러(약 65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콘, 美 비아트리스 사업부 인수해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
인도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조용히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분야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인도 바이오기업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는 인도 최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으로, 지난해 미국 기업 비아트리스 바이오시밀러 사업조직을 인수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비아트리스는 화이자의 사업 부문이었던 업존과 마일란이 지난 2020년 11월 합병되면서 설립된 글로벌 제약사로, 브랜드 제품,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바이오콘은 비아트리스가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시밀러 10개 품목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4개 바이오시밀러 제품도 포함된다. 또한 바이오콘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당뇨, 항암, 면역학 등의 분야에 걸쳐 20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완전 소유권을 확보한 바이오시밀러는 공동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트라수트주맙(Trastuzumab), 페그필그라스팀(Pegfilgrastim), 베바시주맙(Bevacizumab), 인슐린데굴르덱(Glargine), 인슐린아스파트(Aspart), 퍼투주맙(Pertuzumab), 글래르진(Glargine) 300U와 기존에 기술이전을 받았던 아달리무맙(Adalimumab), 에타너셉트(Etanercept), 그리고 신규로 확보한 애플리버셉트(Aflibercept)다.
바이오콘은 FDA 승인 4개 제품을 확보함으로써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단숨에 4위권에 진입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FDA 승인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한 기업은 7개의 화이자이고,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 5개, 암젠 5개가 뒤를 잇는다. 4개 제품 승인을 획득한 4위권에는 바이오콘과 함께 산도스, 셀트리온 등이 올라와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비아트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 확대에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서 "바이오의약품 개발, 제조, 판매 관련 경험을 보유한 미국 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 투자 집중해 의약품 산업 전략적으로 키워는 인도 정부
인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의약품 제조 분야 글로벌 리더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마 비전 2020'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원료의약품(API) 제조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약 13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인도 기업이 제약 원료를 자국에서 제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0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의약품 부문 누적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165억4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제약부문의 투자도 활발하다. 또한 2020년~2021년 기준, 인도 정부는 총 93억 달러의 예산을 보건복지부에 배정했다. 그중 48억8000만 달러는 국립보건사업단에, 9억1572만 달러는 건강보험 시스템 운영에 투입했다. 아울러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민 건강보호 계획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프로그램으로, 1억명가량의 빈곤계층에 혜택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인도 국민은 2차 및 3차 병원 이용 시 가구당 최대 7723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에 힘입어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인도 제약 산업, 안전성에 대한 신뢰 확보 필요
인도가 세계 의약품 산업에서 입지를 키우고 있지만 유해물질과 병원균 등이 포함돼 신뢰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제조된 감기 시럽에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인도 제약회사들이 제조한 감기 시럽에 대해 경고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우즈베키스탄 아이들 19명이 인도의 제약회사인 마리온 바이오테크(Marion Biotech)가 개발한 감기 시럽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감비아의 아이들 70명이 인도의 다른 제약회사인 메이든이 제조한 감기 시럽으로 사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3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인도에서 제조된 인공눈물로 인해 68명이 세균에 감염되고, 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인도산 인공눈물에는 약물 내성 녹농균이 포함되어 있으며, 피해자들은 인공눈물로 인한 부작용으로 각막 손상과 시력 상실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 의약품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개발, 제조, 영업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등 의약품 제조 설비 관리에도 관심이 높다. 최근 사물인터넷(IoT)을 의약품 제조 설비에 활용해 유지 관리, 의약품 생산 관리, 공급망 관리 개선 시도를 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인도 시장에서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 분석, 신약 임상시험 자동화 등에 활용하고 IoT 기술을 활용해 화학 및 생체 물질을 처리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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