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K클래식 주역들 "우리에겐 '키다리 아저씨' 있어요"

정몽구재단 '온드림 아티스트'
후원 받은 젊은 연주자 간담회
9일 공연 이근엽 정지원 유채연
"다양한 연주 기회뿐만 아니라
음악계 교류 도와줘서 고마워"
10여년간 예술영재 수천명 지원

한국 클래식 차세대 주역으로 꼽히는 첼리스트 이근엽(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정지원,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플루티스트 유채연, 피아니스트 김송현. 이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인재 장학사업’ 장학생이다. 강은구 기자

지난 2일 서울 계동 현대차 정몽구 재단 사무실. 5명의 젊은 연주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위재원(바이올린) 김송현(피아노) 이근엽(첼로) 정지원(피아노) 유채연(플루트)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K클래식의 차세대 주역이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온드림 아티스트’ 타이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구 재단은 2011년부터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문화예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온드림 인재 장학사업’을 펼쳐왔다. 클래식은 물론 국악, 무용 분야에서 해마다 40명을 선발해 등록금과 학습비, 국제 콩쿠르 경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년여간 지원한 문화예술 인재는 2490명으로 지원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이날 온드림 아티스트 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24)은 명실상부한 ‘신세대 콩쿠르 퀸’이다. 루마니아의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준우승(2021)을 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워싱턴 국제 콩쿠르(2022), 벨기에 이자이 국제 콩쿠르(2022)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연주자로서 커리어를 쌓으려면 세계적인 콩쿠르에 나가야 하는데 경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재단의 지원 덕분에 적극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단은 국제 콩쿠르에서 상을 받으면 글로벌 우수 장학금을 300만원까지 준다.

젊은 연주자들이 온드림 아티스트로 선정됐을 때 기뻐하는 것은 비단 장학금 때문만이 아니다. 음악 영재의 길은 외롭기 마련이다. 정몽구 재단은 홀로 자신의 커리어를 개척해야 하는 아티스트에게 든든한 동문을 형성해주고 있다. 앙상블 연주, 음악캠프 등을 통해 음악계 사람들과 접촉면을 늘려주면서다.

독일 뒤셀도르프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첼리스트 이근엽(26)은 중·고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배우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재단의 장학생이 된 뒤 음악하는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캠프에서 또 다른 첼리스트 (한)재민이랑 방을 쓴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플루티스트 유채연(22)은 부산예중에 입학했으나 그해에 자퇴하고 서울로 상경해 유명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레슨을 받았다. 그는 다부진 노력의 결과로 2021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언제나 홀로 앞서가야 했던 내게 온드림 앙상블 활동은 따스한 교감 그 자체였다”고 털어놨다.

재단은 2015년부터 한예종과 함께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 일환으로 매년 여름 강원 평창군에서 ‘계촌 클래식 축제’를 연다. 피아니스트 김송현(21)은 중학교 2학년 때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는 “계촌 축제에서 신수정 교수님과 함께한 기억이 남는다”며 “야외 스테이지에서 듀오를 하는데 폭우가 내려 체육관해서 대신 했다”고 회상했다.

피아니스트 정지원(22)은 2015년부터 장학생에 선정됐다. 그는 “8년간 재단의 지원이 없으면 음악 활동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중학교 2학년 때 온드림 앙상블 단원으로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연주했는데 정말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이근엽 정지원 유채연은 오는 9~10일 일신홀, 다음달 3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2023 온드림 아티스트 시리즈’ 연주에 나선다. 위재원 김송현은 지난해 온드림 아티스트로 무대에 섰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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