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건설 카르텔과의 전쟁…무량판 민간 아파트도 LH 준해 보상"(종합)
'손해배상' 감내하겠지만…"배임 문제 탓 법적 판단 있어야"
(양주·파주=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공공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 이권 카르텔을 제거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강공사가 완료된 뒤에도 입주민이 원한다면 직접 고른 안전진단 업체에 검증을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비용도 전액 지원할 계획이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거쳐 문제점이 발견되면 공공주택 입주자에게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앞서 당정은 공공주택 부실시공에 따른 손해배상과 계약해지권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양주시 양주회천(A15)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린 입주 예정자와의 간담회에서 "안전문제이기 때문에 적당히 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공정률이 93%로 내년 2월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철근누락 아파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54개 기둥 전부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됐다.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오는 10일까지 공사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총 880세대 중 150세대가 입주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량판구조는 대들보 없이 기둥 위에 지붕을 바로 얹는 방식으로 건설 비용·시간이 적게 들지만, 기둥과 맞닿는 부위에 압력이 몰려 완충 역할을 하는 전단층을 넣고 이를 보강하기 위한 철근을 시공해야 한다.
원 장관은 "안전문제가 발생하게 돼서 전체적인 책임을 지고있는 부처의 책임자로서 너무나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입주 예정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다면 불안과 애로사항에 대해서 저희들이 수용하고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대처와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이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지 등 대처와는 별개로 건설분야에서의 이권 카르텔을 근본원인부터 모두 제거하라는 국민적인 명령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대책을 철저히 세워서 시행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원 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전관 카르텔과 불법하도급 업체들이 최상위 폭식자로 또아리를 틀고 앉아 국민의 안전을 돈과 맞바꾸고 있다"며 "이번에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입주 전까지 신속하게 보강공사를 해줄 것과 입주민이 원하는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입주예정자는 "내년 1월이 입주인데, 보강을 입주 전까지 하겠다는 것인지"라며 "(불만족한다면) 몇번이고 보강공사를 해주겠냐"물었다.
이에 원 장관은 "시공사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강공법을 정해서) 하는게 아니라 국제 공인된 기준에 의해서 한다"며 "투명하게 입주예정자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 입주예정자들이 지정하는 구조기술이나 안전진단 업체를 지정해주면 비용을 다 대서 눈높이에서 시각을 가지고 점검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시공사나 LH가 하는 것에 대해서 못믿겠다 할 수 있기에 입주자연합회에서 합의를 해서 특정한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을 하면 그 업체가 입주민을 대표해서 점검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또 (보강)시공을 하겠다"며 "입주자가 100% 만족할 때까지 무한책임을 가지고 안전에 대한 문제는 없게 하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양주회천(A15) 아파트 지하 주차장도 찾아 공사 현황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다. 기둥 주두, 추가된 철골기둥(SPC) 등의 상태를 육안으로 점검한 뒤 철근 탐사 장비 등을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
해당 단지의 기둥에는 기둥 주두가 보강되며, 총 25개의 철골 기둥이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자문을 맡은 최경규 건축학부 교수 겸 한국콘크리트학회 감사는 "(보강공사) 이후 1.5배에서 2배 가량 기둥들의 강도가 커졌다"며 "이 정도면 원래 목표했던 그 이상의 성능 발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보강 시공이 잘 마무리된 것이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불안감이나 많은 걱정을 하시리라고 보는데 저희(LH)는 염려를 극복하기 위해 본 설계보다도 더 열심히 해서 더 안전한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본 설계보다도 더 안전한 아파트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량판' 민간도 문제 발견되면...'계약해지권' 준하는 보상
원 장관은 꽃초롱마을3단지(파주운정A34)로 이동해 현장점검과 주민 간담회를 이어갔다. 이곳은 이미 입주를 끝낸 단지로, 331개의 무량판 기둥 중 12개소가 구조계산 미반영으로 누락됐다.
원 장관은 거듭 고개를 숙이며 제대로 된 정보를 입주자에게 제공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사과했다. 앞서 LH는 철근누락으로 보강공사를 진행하면서도 페인트 도색 보수 작업이라고 속였다.
원 장관은 "LH의 파주사업단장이 도색공사중이라고 안내문 써붙이고 가린 상태에서 보강공사 진행했는데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사업단장은 즉각 인사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담당자는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입주민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지하주차장 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체에 대한 안전점검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원 장관은"보강근을 안 넣어서 문제가 된거라 다른 문제다"라면서도 "어차피 준공 4년이 지나면 안전진담을 해야 하는데 그거를 조금 더 당겨서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건설 이권 카르텔의 대상을 묻는 질의에는 특정 단체나 업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건설업계의 전체적인 것"이라며 "LH도 감사원에 감사의뢰한 바 있고, 입증이 어렵다거나 공정위의 제재가 약한 것이기에 제대로 뿌리뽑지 못했다. 이번에는 공익제보를 통해 정보수집도 하고, 수사에 들어갔기에 반드시 고리를 잡아낼 것"이라고 했다.
입주자들에겐 계약 해지권과 해지 시에는 보증금에 대한 이자와 인근 임대 아파트 우선배정 등의 보상이 지급될 전망이다. 다만 손해배상의 경우 법원에서의 판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준 LH 사장은 "(손해)보상에 대해선 다 하고 싶은 기본적인 생각은 가지고 있는데 섣불리 그걸 했다가 이게 배임의 문제가 제기될 수가 있기에 조심스레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충분히 감내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문제가 된 15개 단지 중 13개 단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준공되거나 공사 중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선 "문제의 근원은 설계다. 초기감리를 지나가지고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다음에는 감리가 잡아내는 것은 불가하다"며 전 정부의 책임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거쳐 문제점이 발견되면 공공주택 입주자에게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앞서 당정은 부실시공에 따른 손해배상과 계약해지권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장관은 "민간에 대한 보상부분은 지금은 너무 앞서나가는 기분이지만 LH에 준해서 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대한 하자 시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돼 있는 규정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강공사 이후에도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입주민에게 이주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원 장관은 "LH는 주거복지 기관이 아니겠냐"며 "국토부가 규정을 완화해서라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주민과) 입장을 바꿔서 수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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