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너무 더워 집에 있지도 못해"… 그늘 찾아 밖으로[폭염·고물가에 서민들 힘겨운 여름나기]

주원규 2023. 8. 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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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쪽방촌, 무허가촌 주민 등 사회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주거지에 냉방시설이 없거나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냉방시설이 갖춰진 상업지구를 돌아다니거나 선풍기에 의지하고 있었다.

인근에 냉방시설이 있는 상업지구를 헤매는 주민들 대다수는 쫓겨나기 일쑤다.

난방시설이 구색이라도 갖춘 겨울과 달리 여름 동안 주민들은 2평 남짓한 방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여름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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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구룡마을 가보니
골목길 그늘에 앉아 더위 피하고 에어컨 나오는 지하상가 등 전전
화재로 ‘천막생활’ 구룡마을 주민 공용주방서 선풍기 두 대로 버텨
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 인근 주민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 앉아 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구룡마을 4지구 전경. 지난 1월 화재로 2000여개 판잣집이 불에 탄 뒤 천막으로 공동숙소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사진= 강명연 기자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쪽방촌, 무허가촌 주민 등 사회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주거지에 냉방시설이 없거나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냉방시설이 갖춰진 상업지구를 돌아다니거나 선풍기에 의지하고 있었다.

■선풍기도 더운 바람…"잘 때만 방에 들어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 일대. 이곳에서 10년 넘게 거주했다는 70대 김모씨는 방 밖으로 나와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김씨는 "선풍기를 틀어봤자 더운 바람만 나온다"며 "빨리 여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쪽방촌 인근에는 김씨처럼 그늘을 찾아 더위를 식히는 주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근에 냉방시설이 있는 상업지구를 헤매는 주민들 대다수는 쫓겨나기 일쑤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쉼터 등도 마련됐지만 운영시간은 정해져 있다. 사업이 부도가 나 이사 왔다는 전모씨(61)는 잠을 잘 때만 방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씨는 "너무 더워서 낮에는 앉아 있을 수도 없다"며 "씻고 백화점이나 지하상가 등 에어컨이 나오는 곳으로 가지만 눈치가 보이거나 답답해 오래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난방시설이 구색이라도 갖춘 겨울과 달리 여름 동안 주민들은 2평 남짓한 방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여름을 보내야 한다. 에어컨이 설치된 집이 있더라도 비싼 전기료를 감당하기도 벅차다.

2년 전 암수술을 받고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안모씨(72)는 비싼 월세는 물론 치솟은 전기료에 새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기초수급대상자도 아니라 식당 아르바이트로 버는 수입 70만원 중 월세 42만원과 전기료로 10만원을 지출해 살림이 빠듯하다. 안씨는 "점점 더 더워지는 여름에 살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화재로 터전 잃은 구룡마을, 폭염에 이중고

"해가 있는 동안 천막은 찜통이어서 견딜 수 없어요. 더위를 피해 대모산에 올라가려던 참이에요."

서울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지구. 이곳의 공용주방 천막 안은 낡은 선풍기 두 대가 미지근한 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4지구의 대표 격을 맡고 있는 목사 장모씨(74)는 지난 화재로 삶의 터전인 판잣집마저 잃은 뒤 여름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구룡마을에서 34년째 살고 있는 장씨는 "판잣집이라도 칸칸이 개인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을 일구고 살았지만 지금은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며 "여기 선풍기도 다 주워왔고 어제는 개포동장님이 직접 동사무소에서 쓰던 선풍기라며 두 대를 갖다줬지만 더위를 식히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4지구는 지난 1월 화재로 45가구의 생활터전이 모두 불에 타 사라졌다. 빈집을 포함해 전체 200가구가 넘게 화재에 휩쓸려 재만 남은 터에 공용주방, 여자숙소 2개, 남자숙소 3개, 창고방, 교회 등 천막 8개를 치고 새로운 생활공간을 만들었다. 화재로 집을 잃고 일부 주민들이 떠나 현재는 20명이 4지구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 겨울 이 좁은 곳에서 9명이 생활해 발에 치였다"며 "지금은 일부가 떠나고 공간은 여유가 생겼지만 해가 있는 동안은 한증막이어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등 더위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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