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쏠리는 부동산자금] 리센츠 24억·경희궁자이 20억, 서울 `나홀로 전고점`
고덕아르테온 13억∼14억 거래
노원 신축 아파트 12억 최고가
주담대 급증 '가계대출 빨간불'
전문가 "비정상…파인튜닝 필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는 전 최고 가격이 눈앞에 뒀거나 일부는 아예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연초부터 주택 경기 연착륙을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집값은 지방은 사실상 소외된 채 돈이 쏠리는 서울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또한 수출 등 다른 경제지표는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 지표만 '나홀로' 반등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경고음이 커져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파인 튜닝'(미세 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13층)가 지난달 15일 23억 9000만원에 실거래 신고를 하면서 전 고점(26억5000만원) 대비 90% 정도 가격이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18억2000만원(1층)까지 떨어졌다가 같은 달 20억원대를 회복한 뒤 19억~21억원 선을 오갔던 단지인데, 23억원 선까지 올라간 것이다.
올해 초 12억 4500만원(3층)까지 떨어졌던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같은 평형 역시 13억~14억원대의 거래가 이어지다가 지난 7월 20일 16억 7000만원(24층)에 실거래가를 신고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강북에서는 종로구 경희궁자이(3단지) 국민평형이 지난달 18일 20억 4500만원(16층)에 손이 바뀌면서 전 고점(23억원)에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 이 단지 역시 올해 3월 17억 2000만원(9층)선까지 떨어진 뒤 18억원대 거래가 이어지다가 20억원 선을 다시 탈환했다.
노원구 상계동 신축 단지에서는 최고가 거래가 나왔다. 전 고점이 국평 기준 11억원(올해 3월, 28층)이었던 포레나노원은 지난 6월 12억원(19층) 거래가 나오며 최고가를 아예 새로 쓰기도 했다.
부동산 지표 역시 서울 시장 회복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7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8% 상승하며 지난주(0.06%)보다 올랐다. 지난해 1월 3주차 조사(0.01%) 이후 약 17개월 만에 반등한 이후로 9주 연속 상승 추세다.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도 0.03% 오르며 지난주(0.02%)보다 상승폭을 소폭 확대했다.
그러나 이런 회복세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데다가,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 추세라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폭은 지난 3월 -7100억원에서 4월 2조억원으로 상승전환했고, 6월에는 6조원 더 늘었다. 주담대는 5월과 6월 각각 4조원, 6월 7조원 증가하며 가계대출을 주도하고 있다.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가계대출 급증세의 배경에는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꺼내든 대출 규제 완화 카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12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됐고,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50%로 일원화됐다.
올해 1월 출시된 고정금리 정책자금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도 한몫했다. 9억원 이하의 주택이라면 누구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관없이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 관심이 높았고, 실제 이 대출 심사를 통과한 대출은 현재 3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달 27일부터는 집주인의 전세자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DSR 규제가 해제되며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한국은행마저 경고 목소리를 높이며 일부 규제의 재정비 필요성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실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간 적절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나마 지난달 27일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에 부동산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은 현 정부가 개편을 추진해왔던 국정과제라 언제 꺼내는지 시기만 검토하는 안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이런 시장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고용과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지표도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지표만 살아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양상"이라며 "금리와 가계대출 등 현 상황을 보면 집값은 더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기준금리 억제 등 정부 개입 영향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역시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찐반등'인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2차 하락이 빠르면 올해 10~11월, 늦어도 내년 1~2분기에는 올 것으로 보이는 대세 하락장 초입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연·김남석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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