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도 어르신도 테마주 단타 뛰어들어…'코인 광풍' 때보다 과열
"나만 뒤처질라" 포모 심리 확산
배터리 중·소형株도 묻지마 투자
60대 이상, 반년새 거래액 157%↑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 거품 키워
향후 주가 조정 땐 피해 커질 듯"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승세 씨(35)는 최근 2년간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한 타깃데이트펀드(TDF)와 S&P500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난달 중순 모두 매도했다. 매도 자금은 2차전지와 관련한 2개 종목을 매수하는 데 사용했다. 노후를 위해 장기투자 원칙을 착실히 지켜오던 김씨가 돌연 마음을 바꾼 건 2차전지주 투자 성과를 올린 인터넷 커뮤니티 인증글 때문이다. 김씨는 “2차전지로 불과 수개월 만에 몇억원을 벌었다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직장 동료들의 투자 성공담을 듣고 나니 연평균 8~9%에 달하는 미국 인덱스 장기투자 기대수익률이 하찮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맘카페 올라오는 2차전지 투자 인증글
증시 테마주 투자가 날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2차전지 등 일부 테마주가 급등하자 자신만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과거 부동산 등에 쏠렸던 여유 자금이 경제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자 단기 투자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코스콤에 따르면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는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된 금액이 총 32조7596억원에 달한다. 올 1월 8760억원에 비해 37배 넘게 불어났다. 단기 과열을 가늠하는 지표인 ‘시가총액 대비 거래금액 비중’도 에코프로는 1월 28%에서 지난달 10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거래금액도 1조1144억원에서 27조2821억원으로 26배가량 증가했다. 올 들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각각 967%, 307% 급등하자 투자금이 몰려든 것이다.
‘에코프로 형제’뿐 아니다. 최근 들어 2차전지 대장주로 거듭난 포스코홀딩스는 거래대금이 올초 2조3072억원에서 7월 37조7021억원으로 16배 넘게 증가했다. 중·소형 주식에도 ‘묻지마 투자금’이 몰렸다.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해진 박순혁 작가가 근무한 금양은 거래대금이 1월 1조1934억원에서 7월 12조5044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 주가도 올 들어 562% 뛰었다.
단기과열을 진단하는 지표인 ‘예탁금 회전율’은 올해 초(1월 2일) 18.82%에서 지난 3일 51.24%로 상승했다. 고객이 맡겨둔 예탁금 중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증권업계는 이 수치가 40%를 넘으면 과열권 초입, 50%를 초과하면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코인 광풍 넘어서는 열풍
이런 테마주 열풍은 2~3년 전 국내 시장에 불었던 ‘코인 광풍’에 비견된다. 당시에도 포모 증후군에 뒤늦게 뛰어든 개미 투자자가 많았다. 다른 점도 있다. 20·30세대가 주도한 코인 투자와 달리 전 연령대가 몰려들고 있다. 대형 증권사 A사의 연령별 고객 주식 거래 현황에 따르면 1월 대비 7월 증시 거래대금 증가율은 20대가 170%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30대 164% △40대 147% △50대 154% △60대 이상 157% 등 다른 연령대도 20대와 비슷한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평소 주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맘카페, 바둑 커뮤니티, 게임 관련 카페 등에서도 2차전지주 얘기가 올라온다”며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가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테마주 빚투에 시장 변동성 높아져
전문가들은 특히 ‘단기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거래 체결 후 대금 결제일까지 이틀의 시간을 활용해 ‘외상’으로 투자하는 미수거래금액은 올 들어 4배가량 불어났다. 주식을 사기 위해 1~3개월 단기간 돈을 빌리는 신용대출(융자) 규모는 올해 초(1월 2일) 16조5311억원에서 이달 3일 기준 20조1932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세를 주도한 건 대부분 2차전지 관련주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빚을 내더라도 투자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빚투가 쌓이면 향후 주가 조정 과정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일정 비율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일어나고, 이런 반대매도가 다시 주가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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