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전문위 두고 또 ‘개선위’ 신설…정부 입김 통로 되나

조해영 2023. 8. 6. 18: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개선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개선위 신설이 옥상옥 조직이라거나 수책위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개선위 신설을 현 정부 들어 시작된 '수책위 흔들기'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올해 초 우리(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한테 보고도 없었어요. 공단 이사장 주도 아래 하는 거라고만 하더군요.”(수책위원 ㄱ씨)

“규정을 바꿔 만드는 기구가 국민연금법에 따라 만들어진 수책위에 의견을 낸다는 거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요.”(전 수책위원 ㄴ씨)

국민연금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개선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수책위를 무력화한다거나 옥상옥 조직이라는 비판이 노동계·경영계 등 가입자 단체에서도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이 포스코·케이티(KT) 등 소유분산기업에 정부 입김을 전하는 ‘도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연금공단은 개선위 신설안(국민연금기금 운용규정 개정안)을 다음달 중 이사회에 상정한다. 공단은 이 신설안을 지난 3월 예고한 뒤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아왔다. 신설안을 보면, 개선위는 △소유분산기업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검토 및 합리적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상황 점검·자문 및 개선 등의 일을 하는 자문 조직이다. 공단 이사장이 위촉하는 민간 전문가 10명(임기 1년, 연임 가능)으로 구성된다.

이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인 수책위 업무와 유사하다. 개선위 신설이 옥상옥 조직이라거나 수책위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수책위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재계 쪽에서 문제 삼아왔던 임원 선임이나 보수 한도와 관련한 수책위의 지침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개선위가 낼 수 있다”며 “(공단 쪽은) 개선위가 단순 자문기구라고 말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수책위의 판단은 물론 지침도 영향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개선위 신설을 현 정부 들어 시작된 ‘수책위 흔들기’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책위는 2020년 출범 뒤 3년간 상근 전문위원 3명(각각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단체 추천)과 비상근 전문위원 6명(각계에서 2명씩 추천)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올해엔 비상근 전문위원 중 3명은 가입자 단체가 아니라 관련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받았다. 가입자 대표성은 줄고 정부 영향력은 더 커졌다는 분석과 우려가 나온 이유다. 특히 상근 전문위원에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임명된 것도 이런 우려를 키웠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 쪽은 이번 개편이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인사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선위가 의견 제시 대상으로 소유분산기업을 콕 집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말 취임 일성으로 케이티 등을 겨냥해 소유분산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을 비판했고,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한 터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전직 수책위 관계자는 “개선위에서는 단지 의견을 낸 것뿐이라고 강변하겠으나, 기업 입장에선 경영 참여와 다르지 않다”며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은 일반·단순 투자로 공시해놓고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발언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 신설되는 이 개선위의 존속 기한은 딱 2년이다. 개선위 신설이 12월 말 결산 법인의 이사 선임 여부 등이 정해지는 내년 봄 주주총회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기금운용본부 쪽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문기구로 역할을 한정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