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해운대 등 칼부림예고 공포 "행인들 손만 쳐다보게 돼"
군인 미성년자 등 전국 46명 검거
부산 번화가 등 결찰 900명 배치
“내가 피해자 될 수도…” 외출 자제
6일 오후 3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일대 도로 한가운데 장갑차가 세워져 있고 경찰 병력이 방패를 든 채 순찰을 돌고 있었다. 최근 발생한 흉악 범죄를 모방해 지난 4, 5일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인근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치안 강화에 나섰다.
경찰은 일련의 사태에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다중밀집 지역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있다. 특별치안활동은 일상치안활동으로 치안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경찰청장이 재량으로 경찰 인력·장비를 집중 투입하는 조치다. 부산에서는 경찰이 지자체 등과 합동해 다중이용시설 등 범죄발생 우려지역 152개소에 900여 명을 배치했다. 범죄 예고 글 작성자가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서면역 일대에는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장갑차 1대도 동원했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나 흉기 난동 예고가 나왔던 89개 지역에 기동대와 특공대, 지역 경찰 형사 등 경찰력을 배치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의 표정에는 걱정과 불안감이 짙게 서려 있었다. 장갑차를 쳐다보던 전모(23) 씨는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흉기 난동이 최근 유행처럼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걸을 때마다 혹시 누군가 흉기를 들고 있을지 몰라 두리번거리며 사람들 손을 확인하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22일 이후 서울 신림동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연이어 발생한 후 전국에서 이를 모방한 살인 예고가 수십 건 속출해 시민 불안이 극에 달한다. 경찰은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고, 검찰은 가능한 형사법령을 적극 동원 한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불안감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부산 동래경찰서는 부산진구 서면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로 해군 A(20대) 일병을 검거해 헌병대에 인계했다. 부산에서 휴가를 보내던 A 일병은 지난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8월 6일 서면에서 칼부림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 글을 본 시민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같은 날 밤 10시40분께 동래구에서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던 A 일병을 붙잡았다. A 일병은 검거 당시 “술에 취해 장난으로 게시물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일에도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등 해운대구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하겠다는 글이 올라왔고, 경찰은 이튿날 해당 글을 작성한 미성년자를 검거했다. 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범죄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살인 예고 글은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6일 낮 12시 기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글 작성자 46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전날 같은 시각보다 28명을 더 검거했다. 붙잡힌 이들 가운데는 미성년자가 다수로 확인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모방 또는 일종의 영웅 심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살인 예고글 작성을 자제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하고 경고한다. 이런 글로 인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당부했다.
시민은 “나도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번 사건의 공통적인 특징은 피해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며, 다중이 밀집된 장소에서 발생해 외출마저 꺼리는 분위기가 많다. 평소 서면역 인근에 자주 방문한다는 직장인 윤모(29) 씨는 “자주 가고 사람도 많은 곳인데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외출을 자제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호신용품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 호신용품 판매 사이트는 이날 공지를 통해 “최근 심각한 사건으로 호신용품 판매량이 폭증해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림역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호신용품’ 매출이 각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년 동기 대비 3배에서 6배까지 증가했다. 김민정 조성우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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