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1의 목소리] ‘일타강사’ 뒤엔 1600명 학원노동자도 있습니다

한겨레 2023. 8. 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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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지난 3월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교육㈜ 본사 앞 1인시위를 마무리하며. 필자 제공

유윤열 | 메가스터디 기숙학원 노동자

올해 초 ‘일타 스캔들’이란 드라마가 방영됐다. 한국 사교육 시장을 움직이는 주인공이 창출해내는 연간 수입이 1조원 규모라는 설정으로도 유명했다. 실제 현실은 어떨까. ‘시장논리’에 따라 스타 강사들의 연간 수입은 수백억원을 넘나든다. ‘일타 스캔들’ 실제 모델이라는 현우진씨의 “재계약 안 할 가능성” 발언이 알려진 뒤 메가스터디교육 주가가 10% 가까이 하락하는 일도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현씨의 추정 연봉은 300억원이다.

나는 2019년부터 경기 용인시 메가스터디 기숙학원에서 일하고 있다. 학생들이 1월부터 11월 수능 전까지 집단으로 숙식하며 공부하는 기숙학원은 용인시에만 15곳 정도 존재한다. 정규직이라지만 야간근무를 시작했던 2020년 월 실수령액이 200만원 초반대였고, 2021년 5만원 정도 올랐다. 최저시급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는 일은 학생들 숙소생활 관리다. 숙소 내 정숙 유지, 학생 면담, 시설·세탁민원 응대, 동료의 코골이·잠꼬대 등으로 인한 불면 호소 응대, 화재 발생 때 대피 및 환자 발생에 따른 조치와 응급실 방문 등등. 폐쇄적인 기숙학원 특성상 휴대전화, 태블릿 휴대와 흡연, 음주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취침시간 중 유동 인원도 관리한다.

450여명을 수용한 4층 기숙사 중 한개 층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2021년 12월 새로운 업무분장이 이뤄지면서 관리자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신입사원 때 했던 1~4층 순환근무를 지시받았다. 모욕감을 느꼈다. 또 그 전부터 지속된 선임자의 막말과 욕설 등이 더해지면서, 2022년 1월26일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근무 위치에서 무급 대기노동을 시키는(근로기준법 54조 위반) 관행을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근거는 휴게시간에도 근무 위치를 지키도록 명시한 업무 매뉴얼이었고,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관리자도 이를 인정했다.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한 대가는 혹독했다. 2022년 2월부터 “유윤열 선생님 자리 지켜주세요” “순찰 똑바로 돌아주세요”와 같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한 차별적 감시·지적과 휴게시간에 건물 밖으로 쫓겨난 채 휴식하기 등등.

그들의 목적은 진정 취하였다. 현재도 메가스터디는 대형 로펌인 ‘광장’을 선임해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휴게시간 임금 미지급 건과 2022년 6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보복성 괴롭힘으로 무기력과 우울을 동반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6월10일 직장 내 괴롭힘을 진정했으나,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 따라 사용자인 메가스터디에 조사하도록 하면서 6개 항목(CCTV 감시, 차별적 업무 지시, 욕설·폭언, 주요 업무 배제, 별도의 카톡방 운영, 회식 배제) 모두 ‘혐의 없음’으로 무마됐다. 그나마 2022년 7월 ‘체불임금 달라 하자 기숙학원에서 벌어진 일’이란 제목으로 언론에 기사화된 뒤 9월28일 고용노동부의 2차 조사에서 욕설·폭언이 겨우 인정됐다.

언론에 드러난 건 유명 일타강사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메가스터디에만 1600명이 넘는다. 내가 일하는 기숙학원만 해도 새벽 4시에 출근하는 식당노동자, 6시에 출근하는 미화노동자, 야간팀, 주간팀, 담임팀, 시설지원팀 등 80여명이 있다. 미화팀은 월급 실수령액이 지난해 150여만원에서 올해 그나마 올라서 180여만원 정도라고 한다. 일타강사와 소수 임원진 등을 제외하면 이곳이 바로 6411 버스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 제출한 ‘3대 입시 사교육 업체 진정사건 접수 현황(2020년~2023년 4월)’을 보면, 메가스터디가 8개 사업장 20건으로 종로학원(6개 사업장 5건), 대성학원(10개 사업장 5건)을 압도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건수도 8건으로, 종로학원(2건), 대성학원(1건)의 4~8배 수준이었다. 이런 통계를 확인하자 1년6개월에 걸친 낙인, 보복, 모욕을 견뎌낸 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다.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은 지난 6월 한국방송(KBS) 시사 프로그램에서 입시지옥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교육계 대표인 “나도 ‘사회악’일까?”라고 반문했다. 손 회장에게 묻고 싶다. 메가스터디가 이만큼 성장하도록 한 수많은 노동이 그림자로 취급된다면 그것이 바로 사회악 아닙니까?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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