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내가 지켜” 호신용품 불티…“붐비는 곳 조심” 외출 기피도

송진호기자jino@donga.com 2023. 8. 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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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박모 씨(58)는 3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소식을 접하자마자 호신용 삼단봉을 주문해 다른 지역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딸에게 보냈다.

박 씨는 "호신용품 주문이 갑자기 몰려 출고가 지연돼 배송 예정일을 사흘이나 넘기고 있더라"며 "맨몸이면 무방비로 당할 텐데 (삼단봉이라도 있으면) 도망갈 시간을 1초라도 벌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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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에 익명의 시민이 비치한 호신용 스프레이. 사진 출처 트위터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박모 씨(58)는 3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소식을 접하자마자 호신용 삼단봉을 주문해 다른 지역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딸에게 보냈다. 박 씨는 “호신용품 주문이 갑자기 몰려 출고가 지연돼 배송 예정일을 사흘이나 넘기고 있더라”며 “맨몸이면 무방비로 당할 텐데 (삼단봉이라도 있으면) 도망갈 시간을 1초라도 벌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 “각자도생해야”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구매↑

최근 도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 사건이 잇따르자 호신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든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호신용품이라도 마련해 불안감을 덜어내려는 것이다.

6일 인터파크쇼핑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12일간 삼단봉 등 호신용품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늘었다. 한 달 전보다는 399% 증가했다. G마켓에서도 호신용품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43% 늘었으며 11번가에서도 역시 호신용품 판매액이 1년 전보다 202% 증가했다. 쿠팡에서는 삼단봉 일부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쇼핑 관련 검색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부터 ‘호신용품’이 생활·건강 분야에서 검색량 1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방검복’ ‘호신용 스프레이’ 등도 검색량 상위권에 올랐다. 평소 해당 분야 검색 상위권은 비데, 텀블러 등 위생 관련 제품이 주를 이뤄왔다. 네이버쇼핑 트렌드 차트에 따르면 5일에도 전 연령대에서 인기를 끈 상위 10개 제품 중 7개가 호신용 스프레이와 가스총, 삼단봉 등 호신용품이었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삼단봉을 구매했다는 직장인 이모 씨(25)는 “정당방위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호신용품 사용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생명을 잃는 것보단 낫다고 본다”고 했다.

● 외출 공포 줄이자, 백화점·마트 “보안 강화”

자신을 지키기 위한 호신술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도웅 씨(38)는 “신림역 사건 이후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문의가 대폭 늘었다”며 “이전에는 다이어트 목적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엔 몸을 지키기 위해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경기 성남시 AK플라자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지자 피서를 위해 자주 찾았던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쇼핑몰이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운영사들은 방문객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초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순찰 근무자에게 방검복을 착용하고 삼단봉과 무전기 등을 소지하도록 했다. 순찰 시간과 빈도를 확대했다.

롯데도 백화점과 마트에 근무하는 안전 요원들에게 방검복과 삼단봉 등 비상 대응 복장을 지급했으며,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 상황 전파 및 신고 요령과 대피장소 안내 방법 등 교육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도 안전 요원에게 삼단봉과 조끼를 지급했다. 실제로 6일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과 마트 정문에서는 평소와 달리 검은색 복장을 갖추고 순찰하거나 경계 근무를 하는 경비요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 주말 사이 매장 방문객 수가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진호기자jino@donga.com
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정서영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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