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라져야 할 존재인가요” 극단적 ‘자폐혐오’에 두 번 우는 가족들
독일 나치의 장애인 안락사 정책 연상케 해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사라져야 할 존재" 자폐 부모의 눈물
피해자들 "자폐아 폭력 간과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 "사회적 혐오 용인하지 말아야"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정신장애아는 그냥 짐승처럼 살다 죽어야 한다."
"자폐아는 부모 스스로 포기하고 죽게 내버려둬야 한다."
최근 주호민 작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폐아 혐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이 여과없이 노출됐고 자폐아동 가족을 대상으로 한 혐오감이 숨기지 않고 드러났다.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로 치부하는 댓글에 자폐아 가정은 ‘우리가 사라져야 할 존재냐’며 억울할 따름이다. 한편으론 삐딱한 시각에 두려움까지 앞선다.
"자폐에 걸린 내 동생은 코로나 걸려서 죽었는데, 개인적으로 잘 죽어줬다고 생각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자폐를 가진 동생을 포기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에 상당수 사람들은 비난보다 옹호를 택했다.
이들의 생각은 마치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장애인 안락사 정책 'T4'를 연상케 한다. 나치는 우생학 사상에 따라 우월한 독일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과 자폐아를 제거하는 '정화 의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20만 명에 달하는 장애인과 자폐아가 죽임을 당했다.
주호민 작가는 자폐 증상이 있는 자신의 아들이 특수교사로부터 학대 받았다며 해당 교사를 고소했다. 주 작가의 아들은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고 이후 불안 증세를 보이자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증거를 수집해 고소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주 작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덩달아 자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도 노출됐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자폐아 가족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우리는 사라져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죄의식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폐아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폐를 가진 우리 아이와 가족들에게 눈에 띄지 말라고 말하는 이 사회가 너무 무서워요."
자폐 2급 16살 아들을 키우는 A씨는 6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자폐 2급은 기초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신체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수준을 의미한다.
A씨가 아이의 자폐 성향을 알게 된 건 아이가 생후 30개월 될 때 쯤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부모님 발 씻어주기 행사를 했는데, 다른 아이와 달리 쭈뼛쭈뼛하며 씻어주지 못하더라고요. 평소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첫 애라 그냥 느린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금 다른 거라고. 어린이집 교사의 권유로 검사를 하고 나서야 자폐에 따른 행동인 걸 깨달았어요."
처음 자폐 판정을 받았을 때는 반드시 치료해 정상으로 돌리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폐는 치료를 할 수 없는 병이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끝없는 고통의 시작이었다.
"자폐를 치료해서 아이랑 같이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자폐는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자폐는 아이를 편하게 안정시켜주는 게 최선이에요. 불안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아야 해요. 문제는 아이가 커갈 수록 아이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더 불안해진다는 거에요. 사람들은 점점 아이에게 적대적으로 변하고 그럴수록 아이의 상태는 힘들어 질 수밖에 없어요."
A씨는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마녀사냥'과 같은 끔찍한 일도 겪어야 했다.
아이가 13살이 됐을 때 무렵, 영등포시장역 역무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역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아이가 전동차 내에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것이었다. 키 150㎝에 몸무게 40㎏으로 왜소한 A씨의 아들은 남성 5명에게 역무원실로 끌려왔다. 목격자는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여성의 증언이었다.
경찰은 "장애인이라 얘가 그랬다고 사과하면 다 끝난다"며 일방적 사과를 종용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A씨는 생업을 내려놓고 재판에 매달렸다. 보완 수사 결과 아이가 여성의 신체를 접촉한 사실은 없었다. 재판정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아이는 트라우마에 빠졌다. "신길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아저씨들이 나를 붙잡았어. 팔을 잡고 막았어. 학교 가야 하는데 울면서 내리겠다고 했는데 못 내렸어"라는 말을 반복하며 세상이 떠나갈 듯 울었다. A씨도 그때의 충격으로 대중교통을 타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 일에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A씨는 "여성 쪽에서는 여러가지 주장을 할 수 있었지만, 자폐아인 우리 아이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 일방적으로 여성 측의 주장만을 받아들였고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사건이 불기소처분 됐지만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저희가 사라져야 저희에 대한 미움을 끝낼 거 같아요."
반면, 자폐아동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쪽에서는 장애라는 이유로 이들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일부 자폐아동은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경우,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는 자폐아동에게 2년간 60여 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했다.
자폐아를 양육하는 한 엄마는 자폐아 커뮤니티에 "산책 나온 강아지를 발로 찰 것 같은 액션을 취했다"며 "며칠 전에도 길에 가는 사람들의 과자 봉지를 치거나 하는 행동을 보여 폭력성이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북 지역의 특수교사는 "발달장애 남학생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거나 교실에서 소변을 보고,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를 상대로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는 경우도 많다"며 "교사가 물리적으로 제재해야 하지만, 아동학대법이 폭넓게 적용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폐와 같은 장애의 책임이 부모와 자폐아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님에도 한국사회가 점차 자폐에 대한 혐오를 용인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폐아에 대한 혐오를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폐나 장애에 대한 편견은 주호민 작가의 소송 논란 이후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 됐던 것일뿐 한국 사회에는 이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내재돼 있었다고 분석한다.
"장애에 대한 편견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생산성이 없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그런 편견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과거엔 적어도 이를 외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금기시 됐었지만 이제는 그런 금기마저 깨져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는 것을 괜찮다 여기고, 심지어 그런 생각을 하나의 개성쯤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자폐인을 새로운 흥미로움과 색다름을 가지고 있는 인격체이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수용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런 국제적인 기조에 역행해 차별과 혐오가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자폐아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장치를 이용해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이나 자폐아로부터 폭력을 당한 이들에게는 가해 대상이 누구든 그 행위 만으로도 이미 끔찍한 경험의 피해자인 것은 회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 한국은 그런 제어 장치가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자폐아 등 장애인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려는 사회 분위기를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인간의 평균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자폐아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이 아닌 내쫓아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도 똑같은 인간입니다. 뇌를 쓰는 부위가 다른 것 뿐입니다. 자폐라고 해서 모두 폭력성과 성충동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편견만으로 그들을 내쫓아선 안 됩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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