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로 나선 재계·종교계·지자체···생수·봉사단 보내고 템플스테이 지원
LG, 그늘막 300동·손선풍기 1만개
포스코 쿨스카프 등 각종 물품 제공
HD현대는 시설 정비와 안전관리 지원
조계종, 147개 사찰 등서 야영·체험
서울시, 퇴영 대원 위한 행사 마련
전북 시민단체 "한마음으로 위기극복"
K팝 공연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우여곡절 끝에 반환점을 돈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후반전에 접어들며 원활한 마무리를 위해 기업과 종교·의료계까지 각종 물품과 시설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각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대원들의 생활 여건은 점차 나아지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모양새다.
6일 정부와 지자체·업계에 따르면 세계 잼버리의 안전한 완주를 위해 각 기업·기관들의 물품·인적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군과 경찰을 비롯해 기업과 종교·의료계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주일간 온열질환, 부실한 식사, 위생, 해충 등 다양한 문제가 보고된 데다 5일 영국·미국·싱가포르 등이 조기 퇴영 의사를 밝히며 세계 잼버리는 조기 중단까지도 고려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열어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대회는 예정대로 12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우선 잼버리 대원들의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LG는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늘려 생수 및 이온 음료 총 20만 병과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막 300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LG는 또 휴대용 선풍기 총 1만 대, 비누와 모기 기피제 등 위생용품 5만 개를 추가 제공할 예정이다. 한진은 대회 현장에 생수 한진제주퓨어워터 1.5ℓ를 4만 5000병 전달했다. 포스코그룹은 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쿨스카프 1만 장을 잼버리 현장에 배송했다. 이마트는 대회 현장에 생수 총 70만 병을 보내기로 했다. HD현대는 현장에 임직원 봉사단 120여 명을 5일 급파해 대회장 시설 정비와 위생·안전 관리 지원에 나섰다. 농협생명은 대회 현장에서 연세대학교의료원과 함께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경제 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장에 냉동 생수 10만 병을 제공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와 함께 쿨스카프 4만 5000여 개를 긴급 지원했고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생수 130개 보관이 가능한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 개를 현장에 보냈다.
종교계도 잼버리 긴급 지원에 나섰다. 특히 조계종은 조직위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전국 24개 교구 본사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47개 사찰 및 종단이 직영하는 한국문화연수원 등에서 잼버리 참가자가 야영이나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조계종은 잼버리 기간 전북 김제시 금산사, 고창군 선운사, 부안군 내소사에서 총 9000명 규모의 참가자를 수용해 영외 체험 활동을 한다는 계획이었는데 폭염으로 겪는 부담을 줄이도록 시설 제공을 확대한다. 조계종 측은 “새만큼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각국 청소년들이 남은 기간에 보다 편안하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조기 퇴영한 4500여 명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12일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돕는다. 시는 한강 페스티벌과 서울 야경 챌린지 등 프로그램도 대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울 시티투어 버스와 한강 유람선 반값 할인, 주요 관광 시설도 30% 할인해주기로 했다.
현재 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북도의 162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공 개최를 위한 호소문을 내고 “중도 포기는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상실감뿐 아니라 재도약을 열망하는 도민 염원에도 큰 상처를 안길 수 있다”며 “지금은 서로를 탓할 때가 아니라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개영 이후 전반부에 많은 문제를 보이며 잼버리가 파행 국면으로 치달을 위기에 처했으나 이처럼 각 기관의 총력 지원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개선 의지를 보이며 대다수 참가국이 잔류 의사를 전했고 지원 물자도 속속 도착, 대회 초기부터 지적된 부실 운영과 열악한 시설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지원한 물품이 보급돼 세계스카우트연맹 관계자들로부터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는 말을 들었고 일부 대원들도 만났는데 ‘만족하고 한국의 준비에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현장을 살피면서 불편한 점은 즉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노력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마찰음이 계속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날 저녁 예정돼 있던 K팝 공연은 폐영식이 열리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온열질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다중 인파 사고 등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조직위는 설명했다.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으나 대회 조직위가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전북 지역 스카우트가 조기 퇴소하겠다고 밝히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전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이 현장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에게 “2일 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30~40대로 추정되는 태국 남자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됐고 100여 명 정도의 목격자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원들이 무서워서 영지에 못 있겠다고 말해 오늘 중으로 퇴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접수한 전북경찰청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3일 피해자, 피혐의자, 참고인 조사를 했다”며 “(피혐의자가) 성적인 목적으로 샤워실에 침입한 정황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조물 침입 등 다른 범죄 혐의가 없는지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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