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는 LK-99 검증 중 … 이달말 진실 가려진다
"LK-99는 초전도 특성을 보여주는 신물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검증됐다고 보지만, 아직 과학계도 정확한 실체를 모르는 만큼 (이달 말까지)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상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LK-99' 연구개발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LK-99가 초전도체의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고, 이는 초전도성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LK-99 샘플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한국에너지공과대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달 말께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내용을 종합해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계에서도 교차검증 결과가 이때쯤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다양한 연구 그룹이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LK-99 검증위원회까지 꾸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4일까지 보고된 발표 중 초전도성을 확인한 검증 결과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 역시 지난 4일(현지시간) "LK-99에 대한 학계 반응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지난 며칠간 이 물질을 재현하려는 시도에도 초전도성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서다. 이나 비쉬크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주장하는 물질은 아카이브에 매년 1개 이상 꾸준히 등장한다"며 "한국의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전도체란 특정한 환경에서 전기 저항이 '0'으로 수렴하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말한다. 전기 저항이 0인 만큼 이를 활용하면 전력 송수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전력 손실을 없앨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발견된 초전도 현상이 -200도에 달하는 낮은 온도나 100만기압이라는 극한 환경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김 교수 주장에 따르면 LK-99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상온, 대기압 환경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LK-99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재직하다 은퇴한 후 미국으로 건너간 김 교수와 이 대표 등이 개발한 물질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이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 등 고(故) 최동식 고려대 명예교수 제자들이 2008년에 설립했다. 이들은 최 교수가 2017년 별세하며 연구를 이어가 달라는 유훈을 남겼다고 주장해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LK-99는 1999년에 처음 발견됐다. LK-99 이름을 퀀텀에너지연구소 이 대표와 김 소장의 성을 각각 따고, 뒤에 99를 붙인 이유다. 김 교수와 권영완 고려대-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합대학원 연구교수는 추후 연구진에 합류했다.
LK-99 관련 내용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지난달 22일 처음 공개됐다.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피어 리뷰)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논문을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다. 이 논문 저자로는 이 대표와 김 소장, 권 교수 3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 교수는 이름이 빠져 있다.
뒤이어 같은 날 권 교수의 이름이 빠진 논문이 올라왔다. 이 대표와 김 소장을 비롯해 김 교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 6명이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첫 논문은 저자들의 동의 없이 게재됐다. 김 교수는 "권 교수가 우리 동의 없이 (논문을) 독자적으로 올렸다"며 "그래서 (이 사안이)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회부돼 있고 위원회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저자들 간에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 논문을 올리자 다른 한쪽에서도 뒤늦게나마 논문을 올린 것이란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퀀텀에너지연구소가 홈페이지에 일부 협력사를 무단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구 진실성이 다시 한번 의심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직원이 몇 명 안되는 매우 작은 벤처회사"라며 "그곳에도 고민이 많다"고 답했다.
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연구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에 "일반 연구자들이 하는 것과 같이 논문을 투고했다"며 "우리는 의도적으로 홍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논문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LK-99는 납과 인, 황산 등으로 만들어진다. 제작에 약 53~68시간이 소요된다.
[고재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카카오 그룹주 와르르 무너지나…증권가도 ‘백기’ - 매일경제
- ‘27.1억원 대박’ 로또 1등, 당첨 지역보니…서울 사실상 없다 - 매일경제
- “하마터면 큰일 날뻔”…강남 고속터미널 흉기소지 20대, 휴대폰 포렌식해보니 - 매일경제
- 한달새 주가 50% 껑충…증권가도 일제히 러브콜, 어떤 종목? - 매일경제
- “5천만원이 통장에?” 잘못 들어온 남의 돈, 슬쩍 탕진한 40대 - 매일경제
- 문체장관 “잼버리 K팝 콘서트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 - 매일경제
- “흉악범은 사형집행 해야, 그게 바로 주권국가”…홍준표의 일침 - 매일경제
- “앗 주택가에 멧돼지가”...주민 물리고 쓰러지고, 대구시 비상 - 매일경제
- “착용감 거의 없는 명품 반값에…대표인 저도 샀어요” - 매일경제
- 최지만과 한 팀된 김하성 “처음에는 얼떨떨했죠”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