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반도체' 20년 뒤처진 韓…격차 못 좁히면 '암울한 미래'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8.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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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반도체 개발 경쟁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세계 각국이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향해 전력 질주에 나서는 것은 차세대 반도체가 곧 미래 안보와도 연관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던 2020년과 2021년 반도체 공급난을 경험한 주요 선진국은 차세대 반도체 분야 공급망 구축에서는 이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 차세대 반도체는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이 가능해 국방용으로도 폭넓게 쓰이고 있어 문자 그대로 '안보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노메이드가 최근 공개한 올해 1분기 세계 GaN 특허 모니터에 따르면 전력 GaN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공개·등록한 기업은 중국 시리우스반도체와 일본 미쓰비시전기였다. 이들 기업은 각각 14건을 공개·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허는 출원·공개·등록의 단계를 거치는데 공개 단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들 기업 관련 데이터는 효력이 발생하는 공개 단계 이후의 특허 활동으로 집계했다. 이들 기업 뒤를 이어 중국 이노사이언스(13건)와 독일 인피니언(10건)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중국 코어에너지·일본 로옴·중국 시안전자과기대학도 각각 9건을 기록했다.

통신용(RF) GaN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 인텔이 올해 1분기 11건의 특허를 공개·등록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중국 시안전자과기대학(9건), 중국 CETC(8건), 미국 울프스피드(5건), 일본 소니(3건) 등이 기술 개발의 결과물을 내놨다.

한국 기업·기관의 특허 등록은 삼성전자와 숭실대, 한국광기술원이 1건씩 모두 3건이 기록돼 있다. 공개 특허는 삼성전자와 아모센스, 세미파워렉스, 엔트리움, 한국나노기술원이 각각 1건, 웨이브로드가 2건을 올렸다. 공개·등록 특허를 합한 수치로는 삼성전자와 웨이브로드가 각각 2건이다.

GaN 소자는 고효율이라는 특성과 함께 전력밀도가 높아 5G와 LTE 등 이동통신 기지국 전력증폭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6G 시대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에 GaN과 SiC 등 차세대 반도체는 무한한 시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는 전력용 GaN 반도체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59%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가능성뿐 아니라 이들 반도체가 각종 방위산업과 민간용 레이더, 위성통신에도 쓰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양영구 성균관대 교수는 "통신 인프라스트럭처와 레이더 같은 분야는 시장 자체도 무시할 수 없지만,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을 일찌감치 인식한 세계 주요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GaN 반도체를 전략 핵심 기술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왔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한 관리에 들어갔다. 독일 인피니언이 2017년 미국 GaN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가 '잠재적 안보 위협'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 EPC가 중국 이노사이언스를 두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둘러싼 특허 전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공급망 협력에 돌입한 상태다. 일본 르네사스는 미국 울프스피드로부터 SiC 웨이퍼를 10년간 공급받는다는 협약을 맺었다. 미쓰비시전기·히타치·NEC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한 르네사스는 2025년부터 SiC 전력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 방위산업에 쓰이는 GaN·SiC 반도체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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