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급등 … 장기채 담은 서학개미 불안
10년물 금리 4%대까지 올라
작년 10월 최고 금리에 근접
월가선 금리 추가 상승 전망
3배 레버리지 투자자 '악소리'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채권시장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장기채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재무부가 추가 채권 발행까지 준비하면서 공급 부담에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서학개미들이 올해 1조원가량을 사들인 미국 장기채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2009년 상장 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월가에선 향후 장기채 금리가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042%에 거래를 마쳤다. 3일에는 최대 4.206%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1%를 넘은 건 지난해 10~11월 이후 처음이다. 듀레이션(잔존 만기)이 보다 긴 미국 20년물, 30년물 국채 금리도 각각 4.369%, 4.203%에 마감했다.
향후 미국 장기채가 추가 상승하게 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공포가 정점에 다다랐던 지난해 하반기 고점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미국 3년물 국채 금리 등 단기 금리는 지난 6~7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장기채 위주로 금리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채권시장은 장기채의 표본을 거래량이 가장 많은 10년물 국채 금리로 판단하는 편이다. 올해 내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1%를 중요한 저항선으로 인지하며 돌파가 막혀왔다. 은행 시스템 붕괴 우려에 4.1% 이상의 상승은 저지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시장은 지난주 장중 10년물 국채 금리가 4.1%를 넘어 4.2%까지 도달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노동 지표가 견고하게 나오면서 고금리 환경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게 채권 투매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재무부는 장기채 발행 규모를 기존 960억달러에서 증액한 103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재정적자가 더욱 악화되면서 이를 채권 발행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채권 공급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장에서의 가격은 하락하고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선정 NH선물 연구원은 "시장은 재정 건전성으로 인해 재무부가 2년 만에 장기물 이표채를 중심으로 분기별 국채 발행액 잠정치를 늘린 것에 주목했다"며 "3분기 이표채가 순발행되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5%에 근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물량 부담에 장기물 위주로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비례 관계다.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는 건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특히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은 2007년 수준까지 급락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사이클로 장기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 대학살'이란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채권 가격 급락에 장기채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사들인 서학개미들 손실도 큰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 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학개미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채권(TMF)' ETF를 7억4023만달러(약 968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TMF ETF는 평균 듀레이션 17년 정도의 미국 장기채를 편입한 상품으로 기초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선매수한 서학개미들이 많은 상황인데,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TMF ETF는 2009년 상장 후 최저점을 지난 3일(현지시간) 경신했다. 올 연중 수익률도 -20%다. 월가에선 향후 미국 장기채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2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7~3.8%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최근 전망치를 내년까지 4% 이상으로 수정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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