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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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지만 미국 신용등급의 강등은 미국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미국이 만들었지만 이에 대한 피해는 다른 나라가 입는다.
IMF가 비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총부채 비율도 2022년 말 58%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121%)이나 만성적인 재정적자국인 일본(261%)보다 훨씬 낮다.
피치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에 경고장을 보냈지만 글로벌 외환시장은 '원화 급락'이라는 경고장을 한국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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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지만 미국 신용등급의 강등은 미국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미국이 만들었지만 이에 대한 피해는 다른 나라가 입는다. '문제 따로 해법 따로'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냉엄한 국제 금융시장의 논리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미국의 국가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해결할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빚 줄일 생각은 안 하는 미국에 대한 경고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불똥은 다른 나라로 튄다. 미국은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에 풀어 놓은 달러를 활용했고 이 과정에서 각국 외환·금융시장이 요동친다. 미국 신용도가 떨어져도 미 달러와 국채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져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것도 아이로니컬하다. 시장은 이번에도 어느 나라가 희생양이 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국은행과 블룸버그 자료를 종합해보면 미 신용등급 강등 발표가 있었던 8월 1일 이후 4일간 달러당 원화 환율은 1283원에서 1309원으로 26원 올랐다. 환율과 반대로 움직이는 통화가치는 2% 급락했다. 하락률이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보다 통화가치 하락률이 큰 나라로는 러시아(-4.1%)와 브라질(-3.1%) 등이 꼽힌다. 러시아는 전쟁 중인 국가라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 브라질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가치 하락을 감수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통화가치가 2% 이상 떨어진 나라는 거의 없다. 아시아에서는 태국 통화가 1.3% 하락했고 싱가포르(-0.7%), 인도네시아(-0.6%), 인도(-0.7%) 등의 하락률은 1%가 안 됐다. 경제위기설이 번지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1.4% 떨어졌고 40%의 고물가로 신음하는 튀르키예 리라화도 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면 유로화의 가치는 같은 기간 0.1% 올랐고 일본 엔화는 0.4%, 중국 위안화는 0.1% 상승했다.
미국 신용등급 충격 후 한국이 아시아 개도국은 물론 위기 징후가 보이는 아르헨티나, 튀르키예보다 통화가치가 더 떨어졌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한국은 6월 이후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경기도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IMF가 비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총부채 비율도 2022년 말 58%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121%)이나 만성적인 재정적자국인 일본(261%)보다 훨씬 낮다. 경제 기초체력이 밀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국제 금융시장의 환경이다. 올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2%포인트로 벌어진 것은 부담스럽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 정치 논리가 기승을 부리는 반면 경제정책 여력은 갈수록 소진되고 있다. 빈틈을 보이면 언제 하이에나 같은 세계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피치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에 경고장을 보냈지만 글로벌 외환시장은 '원화 급락'이라는 경고장을 한국에 보냈다. 경고를 무시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할 때다.
[노영우 국제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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