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치품 소비 1위 타이틀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8. 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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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형제'에는 황금으로 도금한 변기에 앉아 우주여행을 상상하는 인물이 나온다. 개혁·개방기를 거치며 부를 쌓았지만 행복을 찾지 못하고 허영에 빠진 중국 졸부의 모습이다.

모건스탠리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사치품(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을 넘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올해 한국인 전체의 명품 소비액은 전년보다 24% 늘어난 16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치 문화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품 매장은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이고 특급호텔은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호캉스'를 하는 투숙객으로 붐빈다. 몇 년씩 적금을 부으며 고급 브랜드 시계나 보석을 사는 행태는 이미 일반화됐다. 브랜드가 주인이 되고 소비자는 그것에 종속되는 물신주의가 만연한 상태다.

'내 돈 내 마음대로 쓴다는데 무슨 문제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사치와 허영이 개인을 넘어 한 사회의 문화가 된 것은 경계할 현상이다. 최근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22%만이 '명품을 과시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38%), 일본(4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에서 부의 과시가 용인되는 것은 '돈 많은 게 최고'라는 일차원적 가치 체계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재력 외에 다른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니 명품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신은 "한국이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별'처럼 빛난다"면서도 "한국과 중국에서는 명품 아이템이 곧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꼬집고 있다.

한국 상황이 중국보다 심각한 것은 부자들만 사치를 하는 중국과 달리 서민들까지 사치품 구매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황금 변기도 없으면서 평범한 세라믹 변기에 앉아 우주여행을 꿈꾸는 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지만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다양한 가치가 인정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의 가치가 돈으로만 귀결되면 국민의 삶이 단순해 질 수밖에 없다.

[김형주 오피니언부 kim.hyu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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