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료단 급파, 서울시티투어 제공…온 나라가 '잼버리 구하기'
LG·HD현대 잇단 기부·봉사
전경련도 냉동생수 10만병
지자체 대안관광·사찰 개방…
'英참전용사 체험'활동도 지원
韓총리, 현장 찾아 깨알지시
◆ 잼버리 새만금서 철수 ◆
"이젠 모두 즐겁게 즐기고 있어요."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최 모군(18)이 전한 말이다.
최군은 "청소 인력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화장실과 샤워장 모두 깨끗해졌다"며 "냉방버스가 많이 들어와 스카우트 대원들이 힘들면 시원한 바람을 쐬고 회복할 수 있어서 행사장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6일 찾은 잼버리 행사장. 부실한 준비와 미숙한 대처로 '국제적 망신 행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이번 행사는 주말을 기점으로 조금씩 정상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폭염 대책이 확충되고 각종 시설이 깨끗해지면서 영내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도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최군은 "각국 대표단이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표단은 라면과 비석치기 등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일본은 소바, 콜롬비아는 커피를 마련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속 추진' 논란이 일었던 25회 잼버리가 안정화 기조로 접어든 것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지원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다. 3개 부처 장관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있었던 조직 운영도 뒤늦게나마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잼버리 현장을 찾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질타하는 한편, 대회 참가자들이 지적한 지역을 중심으로 불시 점검을 시행하고 조직위원회 답변과 실제 현장 준비 상황이 다른 경우 조직위 측에 "조치한 후 재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기업은 잼버리 영지에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각 지자체는 이미 철수를 결정한 미국, 영국 등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자체 관광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힘을 보탰다. 온열질환, 화상, 벌레 물림 등 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삼성은 삼성서울병원 소속 의료지원단을 새만금 현장에 파견했다. 규모는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이다. 삼성전자는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평택·화성 반도체공장과 수원 삼성이노베이션 뮤지엄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LG는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계열사가 힘을 합쳐 생수·이온음료 총 20만병과 넥쿨러 1만개를 비롯해 휴대형 선풍기, 보조배터리를 기부했거나 기부할 계획이다. HD현대는 대회장 시설 정비, SPC는 빵과 빙과류 제공에 나섰다.
재계 단체도 지원 행렬에 참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온열환자 방지를 위한 냉동생수 총 10만병을 지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4~5일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 개를 긴급 지원했다.
각 지자체는 잼버리 영지에서 철수한 인원을 대상으로 대안 관광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6일 맷 하이드 영국스카우트연맹 대표, 개러스 위어 주한 영국대사관 부대사를 직접 만나 철수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이 즐길 수 있는 대안 관광 행사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양측 협의에 따라 서울에서 머물게 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오후 9시 20분부터 서울시가 마련한 시티투어버스 야경 관광에 참여했다. 200여 명의 대원은 무료로 제공되는 버스를 타고 광화문, 마포대교, 반포대교, 남산서울타워 등 서울 도심 명소들을 관람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춤, 음악, 오페라, 클러빙 등을 즐길 수 있는 '세종썸머페스티벌'은 개최일을 10일로 앞당기고 잼버리 대원은 사전예약 없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가보훈부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상으로 6·25전쟁과 관련한 '영국참전용사들의 헌신' 체험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는 회차별 400명씩 총 1200명을 대상으로 8일부터 영국군설마리전투추모공원, 전쟁기념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다.
제주도는 잼버리 참가자가 제주에 입도하는 상황을 가정해 제주도 운영 캠핑장, 청소년 야영장 등 시설을 점검했다. 참가자들을 숙박시설에 수용할 수 없을 때에는 제주국제공항에 보관된 모포·매트리스 1500개를 지원할 방침이다. 강원도는 남이섬, 월정사, 루지 체험장 등 한류, 웰니스, 레저 체험 프로그램을 대안 관광 프로그램으로 문체부에 제안하는 한편, 3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을 확보한 상태다.
조계종은 5일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147개 사찰, 조계종 직영 한국문화연수원에 긴급 지원 지침을 보냈다.
[부안 진창일 기자 / 박제완 기자 / 이상헌 기자 / 김희수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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