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살아갈 기적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8. 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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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김종삼 作 '어부'

김종삼은 수묵화 같은 시를 쓴다. 직접적인 묘사가 아닌 여백과 행간의 미학이 일품이다.

이 시에는 작은 포구와 어부의 풍경이 등장한다. 소소하고 고즈넉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안에 삶의 깊은 의미가 있다. 작은 배는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고, 때로는 만선을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예측할 수 없이 다가오는 풍경이다. 시인은 바닷가에서 천천히 중얼거린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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