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당신에게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다면
분노 못 참고 폭력적인 사람,
그들에겐 정상인에게 없는
세 가지 비밀이 있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나는 것인가. 여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2009년, 케빈 비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는 청소년 2500명의 DNA와 생활방식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노아민산화효소(MAOA)의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일명 '전사(戰士) 유전자'로 불린다.
MAOA는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한다. 도파민은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예컨대 성관계 중에 쾌감을 느끼는 건 도파민 덕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MAOA가 도파민을 분해해 쾌감이 사라진다.
그러나 MAOA에 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못하면 도파민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쌓인다. 이 경우 사람은 자제력을 잃고 극도의 쾌감에 몰두하게 된다. 그 행위가 폭력으로 연결된 사람이 사이코패스다. MAOA 변이 유전자, 즉 전사 유전자를 갖고 있는 청소년은 다른 사람보다 갱단에 들어가거나 흉기 사용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전사 유전자는 X염색체에 있다. 여성에겐 X염색체가 두 개다. 둘 중 한 곳의 MAOA에 변이가 생겨도 다른 쪽 MAOA가 정상이면 변이가 희석된다. 반면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이므로 MAOA에 변이가 생기면 전사 유전자 보유자가 된다. 확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 사이코패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다.
혹시 나에게, 또는 당신에게 전사 유전자가 있는 건 아닐까?
확률은 낮지만 있다 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전사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해서 모두 사이코패스가 되는 건 아니다.
UC어바인 의대의 저명한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3개 요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전사 유전자다.
둘째, 뚜렷한 뇌 기능 저하다. 뇌의 전두엽 중에 눈 뒤쪽의 안와전두피질과 코 뒤쪽 윗부분의 복내측전전두피질은 이른바 '양심' 중추라 일컬어진다. 사람이 부도덕한 행동을 하려 할 때마다 이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자제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두 피질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 분노와 충동을 절제하지 못한다. 죄를 저지른 후에도 양심의 가책을 못 느낀다.
셋째,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다. 한 연구에서 청소년 사이코패스 범죄자 중 70%가 유아기에 신체적·감정적·성적 학대를 겪었다.
팰런 교수는 셋 중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제아무리 전사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단언한다.
공격적 성향을 갖게 하는 전사 유전자가 오히려 사회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결단력을 발휘하고 목표 달성, 전쟁 승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최소화 등 전사 유전자가 생존에 유리한 특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전전두피질 등 뇌 기능이 저하됐다 해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 마음 단단히 먹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 생각하는 습관을 바꾸는 인지 개선(정신 개조), 세로토닌 조절 등 다양한 약물치료가 있다. 최근엔 뇌 기능 활성화를 돕는 디지털 치료제도 관심을 끈다.
종교적 묵상이 전전두피질 등 뇌의 긍정적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앤드루 뉴버그 박사(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연구도 주목된다.
끝으로 모든 종류의 학대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다.
사랑과 긍휼,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는 가정교육과 적절한 훈육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사회적 공감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어른의 잘못된 말 한마디가 우리 사회 어딘가에 새로운 사이코패스를 키우고 있는지 모른다.
[남기현 벤처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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