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 사투에 모기와의 전쟁…“이렇게 더운데 좁은 텐트 안에서…”
스카우트 대원들 쉼터 ‘덩굴 터널’ 찾아 더위 피해
얼음·모기패치 찾아 편의점 앞은 '긴 줄'
폭염 속 좁은 텐트 우려…“지금이라도 그늘막 쳐야”
[부안(전북)=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진흙에 한 번 빠지면 나올 수 없어요. 불편하더라도 먼 길을 돌아 이동해야 해서 불편합니다.”
열악한 환경과 조직위의 미숙한 운영으로 새만금 잼버리는 여론의 질타는 물론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지시 이후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응과 총력전으로 상황은 다소 호전됐지만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취재 가능 지역인 델타 구역을 둘러본 결과, 영국 출신의 파쓰군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폭염, 모기, 진흙 등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무더위 쉼터 공간인 ‘덩굴 터널’은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로 붐볐다. 이곳 천장에는 녹색 그늘막과 함께 안개 분사 시설이 설치돼 물을 뿌려주고 있었고, 양쪽에는 덩굴 등이 구조물에 걸려 있어 열기를 막아주고 있었다. 대원들은 더위에 지친 듯 바닥에 눕거나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앉아 있었다. 다만, 곳곳에는 배수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는지 물구덩이가 생겨 대원들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곳에서 더위를 피하던 체코 출신 스카우트 대원 아나(16)양은 “너무 덥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렇지만 이미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느냐”며 “더운 대로 즐기려 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식수대에서 더위를 쫓는 대원들도 많았다. 이들은 머리에 고무 호수를 대고 찬물로 머리를 식히거나, 입안을 물로 연신 헹구기도 했다. 물이 부족했던 이들은 물통에 물을 담았으며, 찬물로 얼굴을 연거푸 씻는 대원도 있었다. 식수대 공간과 땅을 구분하는 연석에 대한 공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흘러 넘쳐 진흙탕이 곳곳에 생겼다. 이 때문에 대원들은 까치발을 들고 걷기도 했으며, 일부 대원들은 물웅덩이 자리에 나무판자를 올려놓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스카우트 대원 아이샤(14)양은 “한국이 이렇게 더운지 몰랐다”면서도 “인도네시아가 더 더워서 지내기 어렵지 않아, 재밌게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델타 구역 내 유일한 편의점인 GS25 앞에는 음료와 얼음 등을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만들어졌다. 각국 대원들은 편의점에서 나오자마자 얼음 컵에 음료를 부어 마시기도 했다. 또 일부는 모기 패치를 구매한 뒤 바로 붙이기도 했다. 브라질 출신의 한 대원은 본인의 종아리 곳곳에 물린 모기 자국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매일 밤이 모기와의 전쟁”이라면서 “더운 것 이상으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조직위가 지난 4일 현장에 추가배치한 냉방 버스 안은 에어컨을 가동해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냉방버스’, ‘A/C BUS’ 외에 세계 여러 나라의 대원들을 위한 안내 문구가 붙어 있지 않아 찾는 발길을 많지 않았다. 이날 버스에서 휴식을 취하던 스리랑카 한 대원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알렸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델타구역은 일반인들의 입장도 가능해 곳곳에서 기념사진 등을 찍는 가족, 연인, 친구들로 넘쳐났다. 부안 군민 김모(56)씨는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라 오게 됐다”면서도 “너무 더워서 아이들이 어떻게 10일 이상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어 “덩쿨 터널 안이 궁금해서 들어가 봤는데 더운 건 똑같았다”며 “정부가 확실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 거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부안 군민 서모(65)씨는 “지금이라도 아이들 텐트 위에다가 그늘막이라도 다 쳐야한다”면서 “이렇게 더운데 좁은 텐트 안에서 자라고 하는 게 맞느냐. 대한민국 망신시킬 일”이라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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