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與野합심 … 달빛고속철도법, 역대최다 공동발의

이호준(lee.hojoon@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2023. 8.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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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정쟁을 거듭하던 여야가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철도 건설 추진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달빛고속철도법)'이 사상 최다수 공동 발의를 기록할 전망이다. 총선을 기점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열차(GTX) 노선 연장과 신설 요구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달빛고속철도법을 이달 중에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의원 총 257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공동 발의자 수로 따지면 대구경북(TK)신공항 특별법(83명)이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138명)은 물론 단일 법안 사상 최대 공동 발의로 알려진 신라왕경 특별법(181명)을 훌쩍 넘어선다. 해당 철도 사업은 사업비가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철도 사업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도 '달빛 동맹'을 선언할 만큼 동서 간 화합이라는 명분 아래 속전속결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밖에도 총선을 겨냥한 철도 '선물보따리'가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수도권 지역구 여야 의원들은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열고 지역구 GTX 노선 연장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GTX-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과 C노선(양주 덕정~수원·안산 상록수)을 자신의 지역구로 연장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경기 포천가평을 지역구로 둔 최춘식 의원은 지난 5월 17일 GTX-B노선 연장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최 의원은 "가평의 인구 유입과 지역 발전 계기를 만드는 동시에 교통 수요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어 B노선의 가평 및 춘천 연장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2일 최 의원실의 거듭된 사업 진행 확인 질의에 "GTX 확충 기획연구에 포함해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며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토대로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강원도 춘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용호 의원도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적극 건의했다"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우선 실시 사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GTX-C노선에 대해서도 연장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기 동두천연천을 지역구로 둔 김성원 의원이 덕정 이북으로는 동두천까지, 수원 이남으로는 천안까지 잇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 의원은 "C노선 연장이 신속히 진행되려면 경제성이 관건이고, 경제성이 확보되려면 5개 지방자치단체(동두천·화성·평택·오산·천안)가 모두 연장에 합의해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인천과 강남을 잇는 GTX-D의 Y노선 신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 김교흥 의원과 이재명 대표, 유동수 의원, 허종식 의원은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고 GTX-D Y노선을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과 이 대표, 유 의원은 6월 국회에서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만나 GTX-D Y노선을 적극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실 관계자는 "대선 후보 당시에도 공약으로 했고,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3기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철도망 구축 계획이 없어 언급했다"며 "유권자들의 민원이기도 하고 보통 (이 대표가) 공약 사항은 지키려고 하는 편이라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치권 움직임을 놓고 인프라스트럭처 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선심성 혈세 낭비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총선 표심을 의식한 사업 추진으로 인해 사업성 검증이 부실해질 우려가 크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특별법을 제정해 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국비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달빛고속철도는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사전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0.4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B/C 값은 1을 넘겨야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철도시스템학과 교수는 "도쿄나 뉴욕은 철도 교통망이 굉장히 촘촘하다"며 "포퓰리즘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예타를 건너뛰는 건 예타를 통과할 자신이 없다는 뜻이고, 국회가 짬짜미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예타 면제 사업을 남발해 재정이 상당히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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