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시대 무르익어 … 메시보다 축구 잘하는 로봇 나온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8.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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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 강연
인간보다 빨리 걷는 로봇 탄생
뒤집기·구르기·달리기도 가능
휴머노이드 시장 무섭게 성장
2028년 37조원 수준으로 쑥쑥
과학자·기업인 1000여명 모여
중력파·양자기술 등 열띤 토론
오른쪽 로봇은 데니스 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르테미스'. UCLA

영화 '터미네이터' 속 로봇은 인류를 사냥한다. 영화 '아이, 로봇'에선 로봇이 인류를 정복하려 한다.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런 장면은 고도화되는 로봇에 인간이 지배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최근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며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과학자들은 실제 인류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대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적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공대(UCLA) 기계공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3일(현지시간) 2023 한미과학자대회(UKC)에서 "휴머노이드 기술력이 무르익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휴머노이드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실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주제로 열린 키노트 심포지엄에서 "조만간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휴머노이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를 한 로봇을 뜻한다. 두 발로 걷는 최초의 휴머노이드가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후 인류는 휴머노이드 개발을 이어왔다. 재난 상황 등에서 인간을 대신할 로봇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휴머노이드 시대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똑 닮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 교수는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비틀거리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던 수준의 휴머노이드가 최근 인간의 행동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말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르테미스'가 그 예시다. 아르테미스는 초속 2m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인간이 걷는 평균속도인 초당 1.4m를 넘어서는 속도다. 홍 교수는 "휴머노이드 중 가장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스는 '향상된 이동성과 안정성을 위한 고급 로봇 기술(Advanced Robotic Technology for Enhanced Mobility and Improved Stability)'의 앞 글자를 따 이름을 지었다. 홍 교수는 "아르테미스는 뒤집고 구르고 달릴 수 있다"며 "온갖 물건을 집어던지고 관절을 걷어차도 안정적으로 걸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건설 현장이나 물류, 제조 등 관련 시장 수요 증가로 지난해 기준 약 16억달러(약 2조864억원) 규모의 휴머노이드 시장이 2028년에는 약 286억달러(약 37조2944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테미스는 '메시를 능가하는 로봇(A Robot That Exceed Messi In Soccer)'이라는 별칭도 있다. 로봇의 축구 시합인 로보컵 출전도 내년에 예정돼 있다. 홍 교수는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보다 더 축구를 잘하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겠다는 뜻을 담았다"며 "개발 과정에서 완전히 사람 같은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기반 기술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UKC에선 과학기술자와 기업가, 정책 결정자 등 약 1000명이 모여 첨단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열띤 학술 토론이 벌어졌다. UKC는 한국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소, 기업들까지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학회다. 매년 발표되는 논문 수만 1000건에 가깝다. 1974년에 처음으로 개최돼 36회째를 맞은 올해 UKC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하얏트 리전시 DFW 호텔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견, 혁신, 그리고 전파'를 주제로 개최됐다.

201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배리 배리시 UCLA 명예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중력파로 우리의 우주를 이해한다'는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다.

중력파는 블랙홀이 다른 블랙홀이나 중성자별과 충돌할 때 혹은 중성자별 2개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중력에너지를 뜻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05년 중력의 작용을 고려해 4차원의 시공간을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인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한 해 뒤인 1906년엔 중력파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력파는 상대성이론으로 중력의 작용을 설명할 때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류가 처음으로 중력파를 관측한 것은 2015년이지만, 이제 중력파 관측은 일상이 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류가 관측한 중력파는 누적 약 100건에 이른다. 블랙홀 충돌이 아닌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나오는 중력파를 검출하거나 다양한 파원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도 관측했다.

배리시 교수는 "우주 중력파 관측이 가능해지며 새로운 천문학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우주 중력파가 전달하는 정보를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그간 볼 수 없었던 우주의 경이로움을 처음으로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리시 교수 설명처럼 중력파 관측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과학자들은 어두워 보이지 않는 우주에서 은하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우주에서 죽은 별의 숫자가 몇 개인지 등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력파 관측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추진하는 '아인슈타인 텔레스코프(ET)'와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코스믹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리시 교수는 "중력파 관측기기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이론적으로 모두 입증됐다"며 "기술적 구현만 남은 단계로 중력파 관측이 더욱더 섬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UKC에서는 미래 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토퍼 먼로 아이온큐 공동창업자, 이재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알렉산더 켐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물리학과 교수 등 양자컴퓨터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의 특징인 얽힘, 불확실성 등을 이용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계산하고 순간이동 같은 통신을 실현하는 등 현재 컴퓨팅 기술로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지구 밖 우주쓰레기도 주요 토픽으로 다뤄졌다. 2023 UKC 내 '최종현학술원 포럼'에서는 우주쓰레기 처리 미래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 가장 개발이 활발한 기술은 포획 형태다. 우주쓰레기를 로봇팔 등을 이용해 포획한 뒤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불에 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매우 빠르게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 속도에 맞춰 접근해 포획하고 지구 대기권으로 밀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물이나 작살 등을 활용한 포획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방 교수는 "그물이나 작살을 활용한 방법은 한 번 던졌을 때 목표물을 제대로 포획하지 못하면 재시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우주쓰레기를 만드는 주원인은 위성이다. 연료가 떨어진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며 우주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예 위성에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도 제시된다.

[댈러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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