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서 키운 다이아몬드 … 백화점 큰손 사로잡았다

정슬기 기자(seulgi@mk.co.kr) 2023. 8. 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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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 '랩그로운 다이아'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동일
가격은 최대 30% 수준 합리적
환경오염 없어 친환경 매력도
랩그로운社 ALOD 월매출 1억
현대·롯데 등 백화점 러브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다이아몬드 전문 브랜드 ALOD 매장에서 고객이 주얼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ALOD

올해 잇달아 론칭한 랩그로운 주얼리 브랜드 업체들이 백화점 큰손들을 적극 공략하면서 매출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oratory grown diamonds)는 말 그대로 연구실에서 키운 다이아몬드라는 뜻으로, 다이아몬드가 생성될 때의 자연적인 조건을 동일하게 복제해 연구실에서 생산한다.

6일 KDT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전문 주얼리 브랜드 ALOD는 이후 월평균 매출이 1억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ALOD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백화점 큰손들을 적극 공략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ALOD 관계자는 "매장의 주요 구매층을 살펴보면 3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 고객들이 많은 편"이라며 "다이아몬드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합리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화학적·광학적으로 100% 동일하다. 고가의 정밀 장비로만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통상 30~40% 저렴하다. 1캐럿 기준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이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다. ALOD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1캐럿짜리가 300만원대, 2캐럿은 600만원대 수준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1캐럿 천연 다이아몬드 반지는 디자인마다 다르지만 가격대가 600만원대에서 1000만원대까지 형성된다.

그에 더해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 유발 물질·비윤리적 행위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랩그로운은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일반적으로 재매입이 쉽지 않아 가치 보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에 ALOD는 자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일정 조건에 재매입하며 잔존가치를 보장하고 있다. ALOD 관계자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고객이 우리 매장에서 동일한 등급·크기의 천연 다이아몬드 구매를 원하면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을 100% 보장해준다"고 했다.

ALOD는 앞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수도권 주요 백화점 위주로 매장 수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월 또는 11월께에는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에 입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10월 말에는 열흘간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에서 단기 팝업도 열 예정이다. 다이아몬드 전문 애널리스트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글로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은 지난해 약 120억달러(약 15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리서치는 이 시장이 2030년 499억달러(약 65조270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ALOD를 운영하는 KDT다이아몬드는 2021년 12월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송오성 교수팀과 손잡고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했다. 올해는 인도에 다이아몬드 연마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설립 시기는 이르면 하반기, 늦어지면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이랜드가 지난 5월 론칭한 랩그로운 주얼리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도 백화점에서 VIP 고객들을 초청해 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고객들 요청대로 커스터마이징하는 초대전을 잇달아 열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50·60대 VIP 고객 20명을 초청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와 브랜드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면서 2시간 만에 3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더그레이스런던 관계자는 "올해 롯데백화점 전 점에서 VIP 대상으로 진행한 초대전 중 가장 매출이 컸다고 한다"면서 "본인 것보다 며느리·자녀 선물이 많았고, 그동안 주얼리 시장에서 잊혔던 큰 사이즈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당시 1캐럿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고객이 다시 방문해 2캐럿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사례도 나오는 등 1~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또한 1000만원 상당의 팔찌를 구매한 고객도 있어 하이 주얼리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도 했다. 더그레이스런던의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400만~500만원이다.

더그레이스런던이 지난 6월 매출 1억원을 돌파하며 출점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더그레이스런던은 9월 15일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하고 내년 2월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들어갈 예정이다. 더그레이스런던 관계자는 "오는 4분기에는 롯데백화점 수원점 외 5곳의 입점을 검토하고 있고, AK본점 입점도 요청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분간 백화점 위주로 계속 확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는 본래 OST(오에스티)와 로이드, 라템 등 중저가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실적 악화를 겪은 데다 최근 고가 주얼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정리했다. 라템은 아예 브랜드를 접기도 했다. 대신 명품 예물과 프리미엄 상품 카테고리의 성장세를 보고 더그레이스런던을 출시했다. 더그레이스런던의 생산처는 1만평 규모의 시설로 월간 1만2000캐럿 상당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제조할 수 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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