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원래 예의 없었어" 생애 첫 퇴장 라미레즈, 복싱 방불케한 주먹다짐 얼마나 화났길래

노재형 2023. 8.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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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복싱 경기를 방불케하는 볼썽사나운 벤치 클리어링이 나왔다.

라미레즈는 경기 후 "앤더슨은 이전부터 게임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제 일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전부터 그랬다. 그에게 '그런 짓은 하지마. 게임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런 식으로 태그하면 안돼'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라미레즈와 앤더슨은 물론 프랑코나 감독, 그리폴 감독, 마이크 사보 클리블랜드 3루코치, 클리블랜드 마무리 엠마누엘 클라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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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라미레즈가 오른 주먹으로 팀 앤더슨의 얼굴을 가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팀 앤더슨이 동료 투수 마이클 코펙이 말리는 사이로 라미레즈를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에서 복싱 경기를 방불케하는 볼썽사나운 벤치 클리어링이 나왔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맞붙은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

클리블랜드 간판 타자 호세 라미레즈가 0-5로 뒤진 6회말 1사 2루서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 2루주자 안드레스 히메네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2루에 안착한 라미레즈의 위치가 묘했다. 화이트삭스 유격수 팀 앤더슨의 다리 사이로 슬라이딩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 앤더슨이 라미레즈의 엉덩이를 글러브로 누르듯 태그했는데, 그 강도가 다소 센 모양이었다.

라미레즈가 벌떡 일어서더니 둘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졌고, 둘 모두 복싱 자세를 취하며 주먹이 오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이었다. 양팀 더그아웃과 불펜에서 선수들이 쏜살같이 뛰쳐 나와 흥분에 휩싸인 라미레즈와 앤더슨을 떼어놓았다.

라미레즈와 앤더슨이 격투기를 벌였을 뿐, 우르르 몰려나온 양팀 선수들 사이에 큰 충돌은 없었다.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1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던 앤더슨이 클리블랜드 선수들을 향해 또다시 소리를 지르며 도발을 한 것이다.

이때는 페드로 그리폴 화이트삭스 감독이 합세했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과 그리폴 감독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또다른 말싸움이 벌어졌다. 클리블랜드 홈팬들은 "호세, 호세, 호세"를 연호하며 라미레즈를 응원하고 나섰다.

라미레즈가 퇴장 조치를 받은 뒤 홈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화이트삭스 동료들이 팀 앤더슨을 말리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이 상황에 대해 MLB.com은 '라마레즈가 일어서자 앤더슨이 글러브를 집어 던진 뒤 복싱 스탠스를 취하며 주먹을 날렸고, 라미레즈가 피했다'며 '동료들이 말리기 전 라미레즈는 앤더슨의 턱을 가격해 그가 휘청거렸고, 이후 14분 동안 몸싸움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주먹은 앤더슨이 먼저 날렸지만, 먼저 가격한 쪽은 라미레즈라는 얘기다.

라미레즈는 경기 후 "앤더슨은 이전부터 게임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제 일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전부터 그랬다. 그에게 '그런 짓은 하지마. 게임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런 식으로 태그하면 안돼'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전날 경기에서 4회 클리블랜드 루키 유격수 브라얀 로키오가 우전안타를 치고 1루를 돌아 2루에 도착하자 베이스를 터치한 그의 오른손을 밀어내 듯 태그아웃시킨 장면이 있었다. 클리블랜드 측의 강한 어필이 있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앤더슨에 대한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혐오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라미레즈는 "오늘 앤더슨의 리액션은 싸우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난 방어해야 했다. 난 주먹을 날릴 수 있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프랑코나 감독은 "그리폴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길래 나도 소리쳤다"고 했고, 그리폴 감독은 "둘이 2루에서 싸우는 걸 봤을 뿐이다. 난 정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MLB가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벤치클리어링으로 무려 6명이 퇴장을 당했다. 당사자인 라미레즈와 앤더슨은 물론 프랑코나 감독, 그리폴 감독, 마이크 사보 클리블랜드 3루코치, 클리블랜드 마무리 엠마누엘 클라세 등이다. 그런데 라미레즈가 퇴장을 당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앤더슨이 참기 어려운 말을 내뱉었다는 얘기가 된다.

MLB.com은 '라미레스는 오늘 이전에 한 번도 퇴장당한 적이 없었는데, 이것은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MLB 사무국은 곧 이들의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경기에서는 화이트삭스가 7대4로 승리해 5연패를 끊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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