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잼버리 파행인데···전북도, 민간단체 앞세워 ‘관제 호소문’ 발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이탈자 속출 등으로 파행 중인 가운데 전북도가 민간단체를 동원해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기 위해 호소문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했던 전북도는 정부 부처와 함께 조직위원회를 꾸려 그동안 대회를 준비해 온 핵심 기관 중 한곳이다.
6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전북도는 ‘잼버리 성공 개최 범도민운동 추진계획(안)’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은 새만금 잼버리 개막 이후 폭염 대책 미흡 등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주최 측의 준비 부족이 지적되면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을 보면 전북도는 전북애향본부 등 민간단체를 통해 잼버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전북도는 성공 개최 범도민운동 추진배경으로 “일부 단체나 정치권에서 잼버리대회 부정적 여론이 있음”이라며 “성공 대회 개회를 위한 전북애향운동본부 등 민간단체 및 범도민 차원의 운동 전개 필요”라고 적었다.
전북도 등은 지난 4일 ‘범도민 호소문’ 문안을 준비한 뒤 지난 5일까지 참여단체를 모집했다. 특히 호소문 참여단체 모집은 ‘(전북도) 실국에서 관련단체 참여의사 파악후 애향본부 전달’ 이라고 적혀 있다. 전북도가 실질적으로 호소문에 이름을 올릴 단체를 모집해준 셈이다.
전북도는 실제로 6일 전북 지역 163개 시민사회단체와 경제단체 명의로 ‘새만금 잼버리 성공 개최 지원을 위한 호소문’을 외부에 배포했다. 호소문에서 이들은 준비 미흡으로 벌어지고 있는 잼버리 파행 비판을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최근 연이은 이상 기온에 의한 폭염으로 대원들은 물론 행사를 진행하는 조직위까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나아가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향후 국제대회 개최에 대한 자신감 상실뿐만 아니라 재도약을 열망하는 도민염원에 큰 상처를 안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염이라는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속에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아이들에게 더 뜻깊은 교육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잼버리는 자랑스러운 전북도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잼버리 현장은 열악한 야영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일사불란한 행정력 지원이 필요할 때”라면서 “하지만 전북도와 민간단체 등은 이 사태를 일부 정치권 탓으로 돌리며 여론몰이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문안은 전북애향운동본부에서 요청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호소문안도 해당 단체에서 작성해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https://www.khan.co.kr/local/local-general/article/202308061645001
https://www.khan.co.kr/local/local-general/article/202308061649001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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