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12명, 내 일처럼 석달간 매달려···제조업 中企 생산성 70% 향상
의료용 산소발생기 中企 '앤에프'에
공정 개선부터 운영 노하우 전수
유닛 불량률도 10분의 1로 감소
개인용 헬스케어까지 사업 확장
단순 '사회공헌' 차원 접근 아닌
풀뿌리 제조업 생태계 발전 유도
“삼성에 대한 신뢰가 아니었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올 7월 말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산소발생기 전문 제조기업인 엔에프 공장에 들어서자 웬만한 반도체 생산 라인을 떠올리게 하는 자동화 시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생산 시설은 2021년 엔에프가 삼성전자로부터 석 달간 지원을 받아 설치했다. 국내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생산 효율화에 실패해 중국 등 경쟁 업체에 밀리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성장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상곤 대표는 “스마트공장 전환 당시 삼성 직원 12명이 부산 공장에서 석 달간 거의 상주하면서 라인을 뜯어고쳐 제품 생산성이 최대 70% 이상 향상됐다”며 “공정 개선뿐 아니라 매출처 확대, 사후 공장 운영 등에서도 삼성에 끊임없는 애프터서비스(AS)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다시 뛰고 있다. 대기업이 하청 업체의 기술을 탈취해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식의 접근법은 이제 옛날 이야기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 중소기업을 발굴해 생산 라인을 스마트 공정으로 전환시켜주고 공장 운영 노하우를 이전해주는 사례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사회 공헌 활동 차원의 접근이 아니다. 풀뿌리 제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그 위에 있는 대기업들도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 5월 용산 대통령실 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면서 “우리 모두가 ‘원팀’이 돼 노력하면 이 긴 터널(어려운 경기)도 곧 지나가리라 믿는다”고 외친 것에도 이 같은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엔에프와 삼성의 만남은 극적이었다. 의료용 산소발생기 제조사인 엔에프는 인도 1위 기업인 릴라이언스그룹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었는데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터져 납기를 맞추기 어려운 위기에 처했다. 이때 릴라이언스에서 삼성 측에 엔에프의 반도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냐고 문의가 들어왔고 이 과정에서 양사 간 인연이 만들어졌다. 마침 공장 확장을 추진하던 엔에프에 삼성이 스마트공장 전환을 제안했고 이 대표는 “삼성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판단에 공장 문을 열어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선 생산성이 놀랄 정도로 개선됐다. 엔에프는 제품 성능에서는 국내 1위로 인정받았지만 생산 부품이나 자재를 바닥에 쌓아두고 조립도 간이테이블 위에서 진행하는 등 생산 효율성은 뒤떨어졌다. 12명으로 구성된 삼성 특별팀은 먼저 동선부터 개조했다. 기존 210m에 이르던 물류 동선은 개선 후 20m로 90% 줄었다. 자연히 생산성도 개선돼 개선 전 1인당 하루 11대를 만들어냈던 유닛 생산량은 개선 뒤 20.3%로 70.6% 향상됐다. 생산과정이 매끄러워지고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유닛 불량률은 기존 17.1%에서 2.6%로 14.5%포인트나 낮아졌다.
공정 전환을 주도한 김진소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혁신위원은 “전국의 중소기업을 다녀보면 아주 작은 변화가 의미 있는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삼성의 제조업 노하우를 지원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제품을 몇 개 더 만들어내느냐 수준을 넘어선 발전도 있다. 스마트 공정 전환에서 비롯된 제조업 혁신이 산업의 질적 도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는 의료용 산소발생기기 업체로 출발해 현재는 개인용 헬스케어 사업으로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평택사업장에 제품을 납품하는 방안도 현재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중에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새로 만든 제품을 시험해야 하는데 마땅한 장비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삼성이 테스트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해줘 제품 신뢰도를 높였던 일도 있었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제조업 혁신이 중소기업들에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산=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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