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떴던 상온 초전도체, 갈수록 커지는 회의론
초전도체 가능성 언급했던 그리핀 박사·中 연구진도 한발 물러서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얼마 전만 해도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외 대학과 연구기관의 낙관론이 일부 있었지만 며칠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만 엄밀한 의미의 초전도체 범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특성을 가진 신물질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6일 과학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고된 해외의 LK-99 관련 이론과 실험발표 중 초전도성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최근 미국과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한 3편의 이론 연구결과를 분석한 결과, LK-99 물질이 모두 초전도체가 아니라 전자가 서로 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모트 부도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시네드 그리핀 박사도 이 물질의 전자구조를 처음 보고했지만, 상온 초전도체라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일부 해외 실험결과 역시 아직 초전도성을 확실히 검증했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검증위는 파악했다. 앞서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팀은 LK-99 재현에 성공했다는 영상과 논문을 발표했지만, 이는 초전도체가 자석 위에 뜬 채 고정되는 '자속고정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이고, 전기저항이 0(제로)인지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검증위는 서울대, 포스텍, 성균관대 연구진 등과 LK-99를 직접 제작해 초전도체인지를 검증할 예정이다. 또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시편을 요청해 교차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시편을 제공받지 못해 자체 검증을 위한 시편을 제작 중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도 지난 4일(현지시간) LK-99에 대한 실험적·이론적 재현 노력에도 아직까지 상온 초전도체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성과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전도체의 대표적 특징인 전기저항이 0과,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를 확인한 검증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네이처는 "LK-99를 실험적·이론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초기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고, 연구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며 "어떤 연구도 이 물질이 초전도성을 지닌다는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나 비식 미국 캘리포니아대 응축물질 실험학자는 네이처에 "이런 '미확인 초전도 물체(USO)'에 대한 보고는 매년 나온다"고 말했다. 레슬리 스쿱 미국 프린스턴대 고체화학자는 "정확한 결정구조를 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이론계산 결과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LK-99가 초전도체 특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시네이드 그리핀 박사는 "내 보고서는 초전도성을 입증하거나 증거를 제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선 해석을 내놨다. 중국 남서대도 LK-99를 합성하고, 영하 127도에서 저항이 0에 근접한 샘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반자성 특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정정했다.
한편 검증위는 시편 제작에 필요한 황산납 수급에 시간이 걸려 검증 결과를 8월 말이나 그 이후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시편을 제공하면 더 빨라질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에너지공대 연구진이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시편을 제공받아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어 정확한 검증결과가 이곳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공대는 에너지 소재로 이 물질을 활용할 가능성을 주로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한 분석·연구결과는 수개월이 걸리더라도 기본적인 특성은 먼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편 LK-99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윌리엄앤드매리대학 연구교수는 LK-99가 보여주는 전기저항, 마이스너 효과, 불연속 점프, 옴의 법칙 등 4가지 특성은 초전도체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박제근 서울대 양자물질연구단장은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다만 산화물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연구자도 처음 들어보는 물질인 만큼 이번 논란의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기초 물성 연구를 계속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담임이 원서 안내 수능 못봤다" 거짓글 올린 학부모 벌금 600만원
- "설거지 너무 많이 시켜"... 점장 커피에 `락스` 탄 30대 男
- "여기 좋은 약 있어"... 50대男, 90살 노인 속여 성폭행
- "한남들 20명 찌른다"... 오리역·서현역·잠실역 등 예고글 쏟아져 경찰 `비상`
- 운전기사 1억3000만원 받고 `깜놀`…스위프트 초파격 보너스 지급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
- 거세지는 ‘얼죽신’ 돌풍… 서울 신축 품귀현상 심화
- 흘러내리는 은행 예·적금 금리… `리딩뱅크`도 가세
- 미국서 자리 굳힌 SK바이오팜, `뇌전증약` 아시아 공략 채비 마쳤다
- 한화, 군함 앞세워 세계 최대 `美 방산시장`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