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는 ‘모터쇼’, 현대차는 ‘전자쇼’...“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음달 5~10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에 참가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모터쇼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레벨3 자율주행차 등의 보급으로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치)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전자업체들도 경쟁에 본격 가세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IAA 모빌리티에 참가한다. IAA 모빌리티는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다. 자회사인 하만, 전자 계열사인 삼성SDI 등이 국제 모터쇼에 자사 제품을 전시한 적은 있지만, 삼성전자가 직접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및 인포테인먼트(IVI) 프로세서·메모리, 이미지 센서 등을 집중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DS부문의 모터쇼 참가는 최근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메르세데스 벤츠의 일부 모델은 시속 60㎞ 속도에서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레벨 3 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했다. 자율주행이 고도화할수록 관련 프로세서는 물론, 차량 내에서 고사양 게임·영화 감상 등을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관련 반도체 수요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2030년 이후 자동차가 서버, 모바일과 함께 3대 반도체 수요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질화갈륨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도 2025년부터 시작한다.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는 기존의 실리콘 웨이퍼보다 고압·고열에 강해 차량용 등에 폭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IAA 모빌리티 개막 전날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빌리티 미래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량부품솔루션(VS) 사업이 이제 LG전자의 주력사업으로 부상했다는 점을 전세계에 공표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13년 전장 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자회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자회사 ZKW) 등 3개 사업을 중심으로 10년간 연평균 30%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특히 그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VS사업본부가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VS사업본부의 수주 잔고는 올해 말 약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이번 모터쇼에 불참키로 했다. 모터쇼 참석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고, 새롭게 공개할 신차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현대차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 참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CES에 정의선 회장까지 참가해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이제 첨단 전자제품, 정보기술(IT)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전자 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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