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한국대원 대거 이탈…전북 ‘단체 퇴영’·부모 찾아온 ‘개인 퇴영’도 잇따라

강현석·김정훈·남지원 기자 2023. 8. 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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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부안|조태형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일부 참가국이 조기 철수한 데 이어 한국 대원들의 조기 퇴영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지역 대원들인 한국스카우트 전북연맹에서 80여명이 단체로 퇴영하면서 대회장 안팎에서는 탈출 행렬 본격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보이스카우트 전북연맹 제900지역대 비마이프랜드 김태연 대장은 6일 “새만금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북지역인 전주에서 활동하는 900지역대에서는 청소년 72명과 지도자 8명, 운영요원 5명이 새만금 잼버리에 참여해왔다.

새만금 잼버리 개막 이후 국내 스카우트가 단체 퇴영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폭염 대비 미흡 등 열악한 환경으로 그동안 영국과 미국·싱가포르 등 해외 참가 국가 일부가 잼버리 야영장을 떠났다.

김태연 900지역대 대장은 “청소년 참가자들 사이에서 하루 1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오후 5시에 보면 팔 등이 화상으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면서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여서 끝까지 버티려고 했지만 대원들이 힘들어하고 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장은 이번 퇴영 결정에 잼버리 조직위의 성범죄 부실 대응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영지 내 여성 샤워시설에서 다른 국가 남성 지도자가 발견돼 조치를 요구했지만, 조직위가 경고만 했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세계스카우트연맹 조사 결과 성적 목적의 침입 행위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며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전북 지역대의 단체 조기 퇴영 전에도 한국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개별 퇴영’이 이어지고 있었다. 폭염과 열악한 시설 등을 접한 부모들이 직접 부안 새만금 잼버리 현장까지 찾아와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잼버리에 3800여명이 참가했다.

280여명 청소년이 참가한 전남에서는 지난 5일까지 11명 대원이 집으로 돌아갔다. 퇴영자 대부분이 초등학생들로 각종 건강 문제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년 129명이 야영 중인 광주광역시 참가단에서는 6일 오전 일부 대원이 부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등 5명이 야영지를 떠났다.

부산지역 청소년 128명 가운데 12명도 지난 5일 부모와 함께 퇴영했다. 이들 대원 중 일부는 온열질환은 없지만 체력저하로 남아있는 대회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교육청은 “앞으로도 건강이 좋지 못한 대원들은 퇴영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430여명 참가한 서울 지역에서도 6일까지 5명이 퇴영했다. 이들은 가벼운 온열질환이나 발목 접질림 등으로 부모와 협의한 학생들이다.

다만 추가 이탈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스카우트 지역연맹의 한 대장은 “건강이 안 좋아 돌아가는 대원들도 있지만 다른 나라 청소년과 교류하며 즐겁게 지내는 대원들도 있다”면서 “불편한 점이 있지만 대회를 ‘중단하느냐 마느냐’의 기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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