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3Q]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 징역형 선고로 체포…정치적 재기 못하나

김나영 기자 2023. 8. 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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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라호르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파키스탄의 임란 칸 전 총리가 5일(현지 시각) 자산은닉 혐의로 궐석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서 그는 이날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진행될 총선에 출마해 정치적 복귀를 노리려는 그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 스포츠 스타에서 반(反)군부 정치 세력이 된 그를 둘러싼 궁금증을 3문답으로 풀었다.

Q1. 임란 칸이 누구인가

2018년 총리직에 오른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의 국민 스포츠 크리켓 국가대표 출신이다. 1992년 크리켓 월드컵에서 파키스탄을 우승으로 이끌며 국민적 인기를 얻은 그는 1996년 정계에 진출해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을 창당했다. 비주류 세력에서 차츰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칸은 기존 기득권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후 반부패 및 족벌 청산을 기치로 내건 PTI는 지난 2018년 총선에서 승리했고, 칸은 그해 10월 총리에 올랐다.

칸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가 가결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실각한 주된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과 대홍수 등을 거치며 심화된 경제난이었다. 지지율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파키스탄 정계의 실세로 불리는 군부마저 그에게 등을 돌렸고, 이는 결국 불신임 결정으로 이어졌다.

파키스탄 군부는 파키스탄이 영국에서 독립한 1947년 이래로 4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36년 간 철권 통치를 이어갔다. 지금은 정계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여전히 파키스탄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탓에 파키스탄은 1969년 민주화를 이뤘음에도 반복되는 쿠데타로 민주주의는 유명무실해졌다. 총리 중 임기 5년을 채운 총리는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도 파키스탄의 불안정한 정세를 짐작케 한다. 칸 전 총리를 포함해 지금까지 파키스탄 총리는 모두 군부 쿠데타나 부패 혐의에 따른 추방 등으로 임기 도중 쫓겨났다.

Q2. 그는 왜 총리직에서 쫓겨나 체포까지 됐나

총리직에서 내려온 후 그는 부패·테러리즘·선동 등을 포함해 150개 이상의 혐의를 받으면서 더욱 수세에 몰렸다. 이번에 유죄 선고를 받은 건 재임 시절 명품 시계 등 국가 선물을 약 63만5000달러(약 8억3000만원)가량 불법 판매하고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다. 수도 이슬라마바드 법원은 이날 칸 전 총리에 대한 궐석재판을 열어 징역 3년 형과 벌금형을 선고한 데 이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날 라호르 시내에 있는 칸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앞서 그는 지난 5월에도 체포됐으나, 당시 그의 지지자들이 군 시설을 공격하는 등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최고 법원이 다음날 그의 석방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직 저번과 같은 항의 시위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칸 전 총리를 몰아냄으로써) 군부는 자신들이 정부 뒤에서 정치적 권력을 휘두르는 궁극적인 손이며, 대중이 반발하더라도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칸 전 총리측은 셰바즈 샤리프 현 총리와 군부가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하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칸을 축출하고 집권한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 소속으로 군부가 샤리프 정부 출범에 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Q3.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번 체포는 칸 전 총리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선고로 그는 올해 11월 치러질 예정인 총선은 물론 향후 5년 동안 어떠한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샤리프 총리는 의회 임기를 3일 앞둔 이달 9일 의회 해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1월까지 총선을 치르나, 파키스탄 정부는 새 선거구 획정 등으로 선거가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권력 실세 파키스탄 군부는 반군부 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을 벌여오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은 파키스탄을 떠나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일부 파키스탄 언론인들이 모국에서 반란 선동 및 군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유일의 핵 보유국이자 탈레반 등 테러 단체의 본거지가 위치한 나라다. 파키스탄은 미국이 자국을 대테러 요충지로 활용하도록 협조하면서도 미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고 탈레반 세력을 지원하는 등 이중적 행보를 보여왔다. 이에 미 정부는 2018년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중단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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