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에 태양광 투자 속도낸 미·중, 한국은 규제 늘리며 ‘뒷걸음’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온양사업장에 0.2㎿(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고 ‘2023년 지속 가능 경영보고서’에서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에는 각각 1.9㎿, 1.5㎿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도 구축했다. 그러나 이런 규모로는 연간 전력 생산량이 평균 5GWh(기가와트시) 남짓에 불과하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자체 발전으로는 한계가 있자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살 때 웃돈을 지급하는 댓가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는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통해 수백GWh의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한해 2만GWh에 가까운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2042년 경기도 용인·평택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들어서면 이런 재생에너지 부족 문제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5%로 전국 평균(6.9%)에 훨씬 밑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기도에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 건설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족한 전력은 대규모 송전망 건설을 통해 호남과 강원·경북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에게 탄소중립은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일례로 애플은 삼성전자 등 공급업체 대상으로 2030년까지 제조 과정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몇몇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에 나서고 있다. REC는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기업들이 REC를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는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부족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경기연구원이 올해 도내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RE100 이행을 위해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 ‘재생에너지 물량 확보(23.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재생에너지 투자 및 구매를 위한 추가 재원확보(21.2%)’가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통신사와 유통사 등 국내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0.1%도 안되는 등 RE100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물량 조달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규제와 인허가 지연으로 재생에너지 조달에 드는 비용이 유럽의 1.5~2배 수준에 달하는 점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최근 정부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RE100 달성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하향 조정하는 등 정부 정책 변화로 올해 국내 태양광 발전 설치량이 2.5GW로, 전년 대비 16.7%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태양광 발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미국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올해 4월까지 태양광 발전 설치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뛴 48GW를 기록했다. 세계 2위 태양광 시장인 미국도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입은행은 올해 태양광 신규 설치 전망치를 30GW에서 35GW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독일 태양광 신규 설치 전망치도 9GW에서 10GW로 높였다.
수출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가뭄과 태풍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화석 에너지 사용을 낮추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필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발전 분야 청정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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