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스릴러의 계절? 겨울에 더 많이 읽더라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8. 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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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공포·스릴러 판매 보니
12월이 8월보다 더 많이 팔려
추운 날씨에 외출 자제하는
겨울방학이 문학 수요 많아
올해는 드라마 원작 많이 팔려

여름은 공포소설의 계절이라는 속설이 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소설이야말로 폭염을 이겨내는 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서점에서는 여름에 공포·스릴러 소설이 잘 팔렸을까. 실제로는 엉뚱하게도 겨울에 더 많이 팔렸다.

교보문고에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이 분야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7·8월보다 오히려 12월의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이 분야 판매 비중의 9.9%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시기는 12월이었고 8월이 9.8%, 7월이 9.5%였다. 봄꽃이 만발하는 4월이 6.8%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까지는 '여름=공포소설' 공식이 통용됐다. 2013년에는 7월에 12.4%, 2015년과 2016년에는 8월이 각각 11%와 10.8%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11.9%, 2019년에도 10.3%를 차지하며 연중 판매 비중 1위를 찍어 2014년과 2017년을 제외하면 여름이 성수기였음이 증명됐다. 하지만 2020년 이후는 3년 내리 12월이 판매 비중 1위를 지켰다. 판매량은 출간종수와도 비례한다. 그런데 10년간 7월에 나온 책은 총 384종으로 다른 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평균 250종에 비해서도 높은 숫자이며 12월의 213종에 비해서는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김현정 씨는 "최근 4~5년 사이 공포소설의 제철이 여름에서 겨울로 바뀌었다는 것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12월과 1월은 해당 장르의 책 판매가 많았기에 그보단 공포·스릴러 소설은 '방학이 제철'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분야 판매왕은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와 한국의 정유정이다. 10년간 누적 베스트셀러 1위는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빚을 지고 쫓기는 신세가 된 무카이는 노파에게서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범인을 죽여달라는 요청과 함께 큰돈을 받는다. 15년 만에 노파의 편지가 오면서 평온한 삶을 살던 그가 '살인 독촉'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담아 201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2위는 2014년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이 차지했다. 외딴 산장에 모인 여덟 명의 남녀와 한밤중에 침입한 은행 강도범의 인질극을 그려 두뇌게임의 재미를 만끽하게 하는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0위권에 4권이 올랐다.

3위는 다니엘 콜의 '봉제인형 살인사건'이 차지했고, K스릴러 대표작가 정유정의 대표작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이 4~5위로 뒤를 이었다.

'7년의 밤'을 펴낸 은행나무 이진희 편집주간은 "7~8월이 문학의 극성수기다. 휴가 수요가 큰 편이다. 여름 장사를 놓치면 겨울을 건너뛰고 다음 여름을 노릴 정도다. 겨울에 잘 팔리는 건 연말 베스트셀러나 올해의 책에 뽑힌 책의 판매가 좋아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는 유난히 공포·스릴러 소설의 판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미디어셀러'가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동명의 원작 소설은 6월 이후 공포·스릴러 분야 국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를 석권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 '행복배틀'의 동명의 원작 소설과 일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단편집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K팝 스타인 NCT의 재현이 영화 주연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고 신작 '건널목의 유령'이 출간되며 모처럼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파 호러스릴러 작가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와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등의 인기가 꾸준하다.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 산장 살인 사건'과 유사한 설정의 눈에 갇힌 외딴 산장을 배경으로 한 밀실 살인 이야기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와 그의 대표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게임'도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올해는 모처럼 겨울보다 여름이 뜨거운 공포·스릴러물의 계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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