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에어’ 값 최대 11% 인하···테슬라발 치킨게임에 ‘흔들’
미국의 고급 전기차 회사 루시드가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1%가량 인하했다. 올해 초부터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내리기 ‘치킨게임’이 1억원이 넘는 고급제품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루시드는 5일(현지시간) 전기 세단 ‘루시드 에어’의 가장 저렴한 ‘퓨어’ 트림 가격을 8만7400달러에서 8만2400달러로 5000달러 하향했다고 밝혔다. 시작 가격이 10만7400달러인 중간 트림 ‘투어링’과 13만8000달러인 ‘그랜드 투어링’도 각각 1만2400달러씩 할인해 9만5000달러와 12만5600달러로 낮아졌다. 최대 11%에 달하는 할인율이다.
2014년 설립된 루시드는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주요 모델은 준대형 전기 세단인 루시드 에어로, 최대 1000마력에 이르는 슈퍼카급 성능을 내며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불렸다.
루시드는 앞서 지난 2월에도 구매자들에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적립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벌인 적이 있다. 5만5000달러 이하 전기 승용차에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는 조치였다. 루시드 제품은 가격대가 높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성 지원을 구매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판매가를 할인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요 문제가 크다. 루시드는 2분기 모두 1404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월가 예상치(2000대 이상)을 한참 밑도는 숫자다. 2분기 생산량은 총 2173대로, 재고가 700여대 가량 쌓였다. 루시드 측은 “판매량과 마케팅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해 수요와 인도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발 가격 전쟁이 대중적인 가격대의 전기차뿐만 아니라 1억원이 넘는 고급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엔트리급에 속하는 모델 3·Y 뿐만 아니라 고급 라인업인 모델 S·X 가격도 대폭 내렸다. 전기 세단인 모델 S는 올초 10만4990달러에서 8만8490달러로 1만6500달러가량 저렴해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모델 X도 12만990달러에서 2만2500달러가량 싼 9만8490달러로 내려왔다.
루시드로서는 타겟 소비층을 공유하고 있는 모델 S·X의 가격대가 내려온 만큼 할인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와 루시드의 잇따른 할인이 아우디 E-트론, 포르쉐 타이칸, 메르세데스벤츠 EQS 같은 프리미엄 전기차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루시드 같은 적자 스타트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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