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위생에 만전”…휴가 중 사흘연속 잼버리 지시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여름휴가(2~8일)가 6일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잼버리) 부실 운영과 전임 정부 책임 전가 논란,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 등 대형 이슈가 잇따르며 현안 대응에 파묻힌 휴가가 됐다. 대통령실은 잼버리 부실대응 책임론과 규명 계획을 두고는 “(일단) 총력을 다해 잼버리를 지원하는데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휴가 닷새째인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잼버리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점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면서 “특히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게 각별하게 살펴달라”고 지시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 박진 외교부 장관 등과 유선 전화를 통해 “각각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참가국 중 최대 규모(4500여명)가 온 영국과 미국(1000여명) 팀 등은 조기 철수를 결정하고 새만금에서 참가자들을 이동시킨 상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7개 시·도 전체에서 90개에 이르는 문화활동을 제시해와 정부가 조직위와 논의해 각국 스카우트와 매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기업에서는 생수 148만병과 얼음 5만톤, 아이스크림 28만개 등을 후원했고, 조계종은 170여개 사찰을 개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이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정부의 노력에 호응해 준 국민과 기업에 감사하다”며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모아 전화위복 계기로 삼은 경험이 이번에도 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잼버리 위기 대응은 윤 대통령 휴가 중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잼버리 관련 지시도 이날까지 사흘 연속 나왔다. 휴가 첫 날 새만금 현장을 찾아 개영식에서 연설한 직후부터 미흡한 준비상황과 부실 대응 논란이 번지자 지난 4일 휴가지인 경남 거제 저도에서 “냉방 대형버스, 냉장냉동 탑차 무제한 공급”을 지시했다. 지난 5일에는 한 총리, 이 장관에게 유선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고 “관광프로그램 긴급 추가”를 추가 지시했다. 폭염과 침수 피해 대책이 사전에 마련되지 않으면서 휴가 상당 부분을 잼버리 사태 수습에 쏟게 됐다.
휴가 기간 중 잼버리 대응책 마련과 파행 운영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 책임 상당 부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인식하며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유사한 인식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 회피’라고 강경 반발하면서 충돌이 가시화했다. 윤 대통령 휴가 뒤에도 사안 조사와 문책 수위 등을 두고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잼버리의 성공적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고 그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면서 “(책임 소재 문제를) 정치권과 언론이 제기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일단 (잼버리 폐영일인) 12일까지 총력을 다해 잼버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 서현역 무차별 흉기 난동과 전국적인 모방범죄 예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 이슈도 확산하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지난 4일 “경찰력을 총동원한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중이용시설 범죄와 관련 경찰이 범죄우려지역 3444개소를 선정해 2만2098명을 배치했고, 살인예고 등이 나온 89개 지역에도 경찰력을 배치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거동 수상자에 대한 442회의 검문검색 결과 14건에서 실질 혐의가 발각돼 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사형 집행 부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 등을 들고나와 이 역시 대통령실이 방향을 잡아야 할 이슈로 꼽힌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남은 휴가도 잼버리 파행운영 사태 수습과 대형 행사에서의 재발방지책 마련, 안전 이슈 대응 등에 할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가 일정을 단축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휴가는) 휴가 기간을 정해 공직사회에 메시지를 준 것으로 공무원도 휴가를 가서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며 “예정대로 휴가를 마치되 휴가중에라도 챙겨야 하는 부분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단독] 법률전문가들, ‘윤 대통령 의혹 불기소’ 유엔에 긴급개입 요청
- 최동석 ‘성폭행 혐의’ 불입건 종결···박지윤 “필요할 경우 직접 신고”
-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한강 노벨상,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로 나아간다는 희망
- [트럼프 2기와 한국 산업]“군사력 재건” 천명한 트럼프…한국 방산 앞 놓인 ‘아메리칸 파이’
- 코미디언 김병만 전처 폭행 혐의로 검찰 송치
- 이준석 “윤 대통령 국정운영 ‘0점’···뭐든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정치 다 망가뜨려”
- [속보]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 발생…생후 2개월 미만 영아
- [영상]“유성 아니다”…스타링크 위성 추정 물체 추락에 ‘웅성웅성’
- 보이스피싱 범죄수익 세탁한 상품권업체 대표…잡고보니 전직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