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이 안 좋아"→"그렇게 태그하지 마"→글러브 던지고 격투…'6명 퇴장' 역대급 벤클 전말 드러났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라이벌 관계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모두 6명이 퇴장되고 약 10분 동안 경기가 지연되는 대형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앙숙 관계인 두 팀의 벤치클리어링 전말이 경기 후 밝혀졌다. 화이트삭스 팀 앤더슨의 플레이가 거슬렸던 클리블랜드 호세 라미레스가 지나치게 강한 태그를 빌미로 말싸움을 걸면서 양 팀 선수들의 악감정이 폭발했다.
6일(한국시간)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화이트삭스와 클리블랜드의 대형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클리블랜드가 0-5로 끌려가던 6회 라미레스가 1타점 2루타를 친 뒤 갑자기 분위기가 과열됐다.
▶ 중계 화면에 비친 벤치클리어링 과정
라미레스가 추격하는 1타점 2루타를 날린 뒤 2루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과정이 원인이 됐다. 라미레스는 앤더슨의 다리 사이로 슬라이딩해 들어간 뒤 눈을 치켜뜨며 뭔가 말을 건넸다. 앤더슨이 응수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말로 이 상황을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라미레스가 일어나 받아치기 시작하자 앤더슨이 왼손에 끼고 있던 글러브를 던지고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것처럼 권투선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강펀치를 날렸다. 라미레스는 오른손 훅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일이 커지는 게 당연했다. 양 팀 벤치에서 선수단이 뛰쳐나왔다. 앤더슨은 동료들의 제지에도 분을 참지 못하고 흥분한 얼굴로 라미레스에게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라미레스는 홈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당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평범한(?) 벤치클리어링이었겠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앤더슨이 더그아웃으로 끌려내려간 뒤 2차전이 시작됐다. 감독 사이의 말다툼이 진짜 난투극으로 번졌다.
화이트삭스 페드로 그리폴 감독과 클리블랜드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자 덩달아 다른 선수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앤더슨이 다시 뛰쳐나오다 동료들에게 잡혀 끌려갔다. 벤치클리어링은 클리블렌드 엠마누엘 클라세와 마이크 사보 3루코치가 화이트삭스 선수단을 향해 언성을 높이면서 3차전까지 이어졌다.
주먹다짐을 벌인 라미레스와 앤더슨이 퇴장당했다. 소강상태에 다시 불을 지핀 양 팀 사령탑, 그리폴 감독과 프랑코나 감독이 퇴장 명령을 받았다. 사보 코치와 클라세까지 퇴장당했다.
▶ 인터뷰로 드러난 벤치클리어링 전말
경기는 화이트삭스의 7-4 승리로 끝났지만 결과보다 벤치클리어링의 전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클리블랜드 선발로 나선 노아 신더가드가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난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에인절스에서 클리블랜드로 팀을 옮겼다.
신더가드는 트레이드 후 처음에는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이름조차 잘 알지 못했다면서도 "화이트삭스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둘 사이가 곧 좋아질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프랑코나 감독은 앤더슨이 클리블랜드 선수들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1루수 가브리엘 아리아스를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아마도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라미레스는 앤더슨의 태그를 구실로 클리블랜드의 분노를 표현했다. 앤더슨이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자신을 태그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여기서 싸움이 시작됐다. 말싸움은 아주 빠르게 주먹다짐으로 전환됐다.
경기 후 라미레스는 "앤더슨이 야구를 무시했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늘 그랬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무례한 플레이니까 이렇게 태그하지 말라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앤더슨이 싸우자는 식으로 나왔다. 그럼 나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어도 더그아웃에서 혼자 화를 삼키는 편이다. 나는 야구를 무시하고 싶지 않다. 그저 야구를 하고 싶을 뿐"이라며 앤더슨의 플레이에 다시 한 번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앤더슨은 취재진과 만나지 않았다. 대신 화이트삭스 선발투수 마이클 코펙이 '뒤끝'을 보였다. 그는 "지난 몇 번의 시리즈에서 말싸움들이 있었다"며 "우리가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5할 승률 미만 팀에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경기를 포함해 클리블랜드는 54승 57패 승률 0.486을, 화이트삭스는 44승 68패 승률 0.393을 기록하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