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창간 35주년 특별인터뷰]
인체에서 혈액이 지나다니는 길. 바로 혈관이다. 국토에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는 길. 바로 고속도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 고속도로도 끊임없이 혁신해야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 창간 35주년을 맞은 경기일보는 지난 2월 취임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국토의 성장을 위한 핵심 기반시설인 고속도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Q. 취임한 지도 6개월이 다 돼 간다. 그간 소회가 궁금하다.
A.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역사와 함께한 한국도로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국회의원 시절 바라본 한국도로공사는 단순히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유지관리하는 공기업이었지만, 취임 후 여러 현안들을 함께 고민하며 느낀 점은 임직원 모두 공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6월 정부경영평가 결과 4년 연속 최고등급 달성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는 국민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선진화된 안전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친환경·탄소중립 등의 정부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소통과 혁신’에 중점을 두고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한국도로공사가 국가 도로망 디지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A. 공사는 국민안전을 위해 교통안전 향상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고, 특히 작년에는 156명으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그간 공사는 교통안전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졸음쉼터를 운영해 2011년 설치 이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42% 감소했다. 화물차 라운지 역시 52개소 운영 중이며, 올해 3개소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는 첨단기술을 도입해 고속도로 교통안전을 더욱 견고히 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안전순찰에 드론을 활용해 유고 상황 시 보다 신속한 초동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드론을 활용한 AI 영상분석 단속시스템도 개발 중으로, 올해 안으로 지정차로 위반 단속을 시작으로 단속 대상을 점차 확대하겠다.
한국도로공사는 2028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OECD 상위 5위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발굴해 추진토록 하겠다.
Q. 취임 이후 ‘미래도약 50’을 발표하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공사의 의지를 보여줬는데.
A. ‘국민안전 최우선’, ‘도로교통 미래 선도’, ‘고객중심 서비스 혁신’, ‘깨끗한 기업문화’라는 경영방침의 일환으로 그 세부 추진 과제인 ‘미래도약 50’을 선정했다. ‘미래도약 50’은 미래로 도약하는 도로공사의 실천 의지이자 국민을 향한 약속이다. 사장으로서 임기 내 모든 과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속도로 기상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기상정보 자동제공 등 주행여건을 개선하고, 교통차단 없는 터널점검 등으로 안전한 도로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또 도로교통 미래 선도를 위해 드론 앰뷸런스 등 고속도로 특화형 UAM과 버티포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고객 중심 서비스 혁신을 위해 전국의 고속도로망을 보다 촘촘하게 확충하고, 진출입 정체구간 개선 등을 조성해 고객 만족도를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겠다. 아울러 깨끗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인사관리 등 부문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일상·반복적 업무의 자동화 등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Q.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고속도로는 진화하고 있다.
A. 취임 후 ‘첨단 융복합실(TF)’을 신설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사업과제 발굴 및 국정과제와 연계된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공사의 업무영역을 확장하겠다. 공사는 지난 2월 국토부에서 공모한 ‘K-MaaS 시범사업’ 중계사업자로 선정됐다. 고속도로는 물론, 철도, 항공, PM(personal mobility) 등 모든 교통정보를 중계 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며, 공사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고속도로에 접목해 유지관리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한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서해대교 등 6개 구간에 도입한 교통관제상황실은 레이더를 통해 교통사고 등을 실시간으로 인지, 신속한 초동대처가 가능하다.
사장으로서 임기 중 드론 앰뷸런스를 고속도로에 도입해 환자를 직접 수송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앞으로 첨단과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고속도로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Q. ‘스마트톨링’으로 정차 없는 고속도로 조성에 대한 구상이 궁금하다.
A. 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됐던 1960년대 말 수작업으로 수납되던 통행료는 기술의 성장을 거듭했고, 2007년 하이패스 전국 개통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6월에는 하이패스 이용률이 90%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머물지 않고 공사는 2026년까지 ‘스마트톨링’을 전국 고속도로에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톨링은 모든 차량이 하이패스 차로로 정차 없이 통행하는 제도로, 단말기가 없는 차량도 하이패스차로를 통과하면 번호판 인식을 통해 추후 통행료가 부과된다. 이를 위해 영상인식률을 현재 99.87%에서 99.92%까지 높일 계획이다.
스마트톨링이 도입되면 10년간 8천억원 이상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사는 올해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경부고속도로 대왕판교, 경인고속도로 인천 등에 영상방식 스마트톨링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Q. SOC 사업의 미래 중 하나는 지하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A. 공사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지하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있다. 현재 지난해 발표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경인(인천~서울)·경부(용인~서울)·수도권제1순환(구리~성남)·영동(용인~과천) 등 4개 지하고속도로 사업이 반영돼 추진 중에 있으며, 그 중 경인선의 경우 올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 20km 이상의 대심도 지하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이를 위해 공사는 대심도 지하고속도로의 특성을 고려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기준을 마련했다.
또 단순히 고속도로를 지하로 뚫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이 연계되는 복합환승시설 설치, 상부공간의 도시환경 개선 등이 포함된 입체적 활용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
Q. 공사의 해외사업과 O&M 방식을 통한 신 시장 개척의 성과와 향후 청사진이 궁금하다.
A. 공사의 해외사업은 2005년부터 꾸준히 진행돼 그간 41개국, 200건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향후 10년 내 1천km 이상의 해외도로 운영관리와 연매출 1천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그간의 해외사업은 시공감리나 컨설팅 분야에 국한된 경향이 있었다. 이에 공사는 은행 등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민간 기업은 건설을 담당하고, 공사는 O&M(운영유지관리)를 맡는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해외 도로 PPP(민관협력) 사업 개발 및 참여를 추진했다.
대표적 성과물은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 운영관리 사업이다. 이는 정부 간 협력에 의한 해외 O&M 사업의 첫 사례로 공사는 작년 5월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유지관리를 책임지며, 2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또 올해 6월에는 카자흐스탄 첫 PPP사업인 알마티 순환도로의 유지관리 업무도 시작했다.
앞으로도 인도에서 운영 중인 기존 유료도로의 지분 인수를 통한 O&M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후속으로 진행 될 PPP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Q. 통행료 현실화와 PSO 보전 문제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A. 최근 서울시가 저렴한 요금에 따른 적자 누적 등으로 8년 만에 지하철과 버스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우리 공사도 서울시와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4.7% 인상 이후 8년째 동결 중이며, 원가보상률은 지난해 기준 81.7%로 2016년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그간 효율적 예산관리 등의 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을 80%대로 관리해왔지만, 통행료가 계속해서 동결될 경우 재무 구조 악화가 우려돼 국민의 경제 부담을 최소화 하는 수준에서의 인상 검토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공익 서비스비용(PSO)에 대한 보전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사는 2009년 PSO 보전규정이 마련된 이후 장애인, 친환경차 할인, 명절기간 면제 등 현재까지 총 4조원 이상의 통행료를 감면하고 있는데, 이는 공사 총 부채의 11%를 차지한다. 미 보전으로 인한 수입 감소는 도로운영 재원부족으로 이어지는 만큼 향후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Q. 고속도로 휴게소는 변신을 거듭해가고 있다.
A.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는 호텔수준의 화장실 개선과 쇼핑몰, 반려견 놀이터 등의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통해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
사장 취임 후 코로나19로 잠시 정체되어 있던 휴게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특히, 올해는 ‘레저와 문화, 그리고 신기술이 함께하는 미래형 명품 휴게소’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중 핵심사항으로 '1휴게소 1명품 먹거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1휴게소 1명품 먹거리'는 지자체 등에 선정됐거나 언론 등을 통해 대중성을 인정받은 맛집을 휴게소에 선보이는 제도인데, 이를 통해 고객은 줄서서 먹던 지역의 대표 맛집을 현재 전국 46개 휴게소에서 즐길 수 있고 올해 말까지 명품먹거리 매장을 15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도 진행 중인데, 지난달에는 고속도로 최초로 마장휴게소에서 드론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마장휴게소 드론 축구장은 대한드론축구협회의 공식 인증을 받은 드론 축구장이며, 대회 당일에는 각 시·도 8개팀의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해 열띤 경기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휴게소 이용고객들에게 맛과 멋, 그리고 추억이 있는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경기일보 애독자 여러분들께 고속도로의 주요 현안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경기일보가 심도 있고 폭 넓은 보도를 통해 지역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언론사가 될 수 있도록 마음 속 깊이 응원하겠다. 공사도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고속도로 접근성 개선과 정체 없는 고속도로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세계 일류의 도로교통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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