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찍은 'K디스플레이 승부사'
세계 최초 8.6세대 OLED 사업 진두지휘
글로벌 1위 수성 위해 아산에 4조 투자
XR 핵심기술 기업 인수해 미래 동력 준비
'슈퍼카' 페라리와 협업 車시장도 공략
생산 최적화 등 '제조 내공' 극대화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에 수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보수적인 삼성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2020년 취임 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런 그를 두고 '예술가적 기질'이 있다고도 말한다. 실제 시간이 날 때면 전시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특히 색과 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학창 시절에도 건축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의 품질은 결국 빛으로 색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에 몸담으며 쌓아온 '사업 내공' 역시 그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꼽힌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의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가 본격화되던 2020년 초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미주총괄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는 "연구소가 '작품'을 만들면 개발·제조가 이를 '제품'으로 만들고, 영업·품질 부서는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제품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제조업의 본질"이라면서 자신의 소신을 담은 '제조론(論)'을 소개했다. 최 사장은 "격이 다른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회사 모든 부문에서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하곤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어닥친 정보기술(IT) 기기 불황의 늪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그의 이 같은 CEO로서 감각이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34조3826억원, 영업이익 5조953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최 사장 취임 첫해인 2021년 매출 31조7125억원, 영업이익 4조4574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IT 기기 불황은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됐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매출 6조6100억원, 영업이익 7800억원, 2분기 매출 6조4800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의 준수한 실적을 일궈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말 기준 32조8000억원에 달하는 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확보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형님' 삼성전자에 운영자금 20조원을 대여해주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연이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위기가 닥칠 때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최 사장 특유의 돌파력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디스플레이 분야 '글로벌 1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최 사장이 '공격 전술'에 나선 가장 큰 프로젝트는 단연 세계 최초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투자 사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들여 충남 아산에 최첨단 IT용 OLED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지난 4월 밝혔다.
지난 10년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스마트폰 시장의 기술 전환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태블릿PC·노트북 시장에서 OLED 전환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OLED 제조기업 이매진(eMagin)을 인수한다고 밝힌 것도 최 사장의 미래 포석으로 꼽힌다. 인수 총액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이번 거래는 미래 성장동력인 확장현실(XR)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도전으로 꼽힌다. 최 사장은 "XR 기기는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매진의 기술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XR 관련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동차용 OLED 시장 역시 미래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에 첨단 OLED를 공급하기로 협의했다. 최 사장은 "오랜 기간 집약된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페라리에 걸맞은 최첨단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며 "앞으로 페라리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자동차용 OLED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사장의 삼성디스플레이는 2년 차에 접어든 QD OLED 사업에서 또 한번 혁신에 나선다는 목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 OLED는 기존 55·65형 TV용, 34형 모니터용에 이어 올해 77형 TV용, 49형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용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올해는 제품에 인공지능(AI) 기술과 최신 유기재료를 적용해 컬러 휘도를 2000니트 이상으로 향상시켰다. QD OLED는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학회인 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올해의 디스플레이(Display of the Year)'를 수상하는 등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샤프도 최근 55인치와 65인치 QD OLED를 탑재한 신제품 TV를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는 삼성전자, 소니, 샤프 등 총 3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요즘 최 사장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본사 사옥 준비에도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기흥캠퍼스에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로 들어서는 본사 건물에는 연구소·개발실·영업마케팅 등 흩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주선 사장
△1963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KAIST 대학원 전자공학 석·박사 △2004년 삼성전자 입사 △201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2014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2017년 삼성전자 DS 부문 미주총괄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겸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2022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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